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삼성과의 일전을 앞둔 한화 타자들의 연습 타격을 돕는 배팅볼 투수의 희끄무레한 턱수염이 눈에 띄었다. 타격을 마치고 배팅 케이지를 벗어나려던 송광민에게 “하나 더 쳐야하지 않느냐”며 농담을 건넨 투수는 다름아닌 한용덕 감독이었다.
한 감독은 잠시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배팅볼 투수를 자처한 이유를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라고 짤막하게 전했다. 전날 두산이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순위 다툼이 치열한 탓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듯 했다.
한화는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남은 경기에서 반타작 승부를 해도 한화 팬들이 오래도록 바랐던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을 어디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최종 성적이 다른만큼 정규시즌 성적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2위 SK를 쫓기에도 바쁜 가운데 4위 넥센도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다.
매 경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한화의 페이스도 좋지만은 않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3연승을 달리며 2위에도 올랐지만 이후 6승10패에 그쳐 4위에 쫓기는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으로 2위와의 승차(2.5경기)보다 4위와의 승차(1.5경기)가 더 적다. SK의 9월 성적은 10승9패, 넥센은 10승8패로 모두 한화보다 근소하게 앞섰다. 후반기 성적은 더 터진다. 19승25패로 10개팀 중 8위다.
그 탓인지 한용덕 감독은 “표정관리를 한다고는 했는데 오늘 경기장으로 출근하기 전부터 얼굴을 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간만에 흘린 땀 덕분인지 한 감독은 “손에 물집이 잡혔다”면서도 웃음을 되찾았다. 그렇다고 걱정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는지 한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한 감독은 “전날 초반부터 많은 점수를 내줘 야수들의 부담이 컸을 것 같다”며 “수비 시간이 길어진 것은 물론이고 많은 점수를 내 쫓아가야한다는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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