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사에 남을 기록을 24년 만에 새로 썼지만, 주인공 강백호(19·KT)에겐 큰 감흥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강백호는 지난 1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전에서 6회말 백정현으로부터 시즌 22호 홈런을 터뜨려 1994년 김재현(LG)이 세웠던 고졸 선수 데뷔 시즌 최다 홈런 기록(21개)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16일 수원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강백호는 “올 시즌 홈런 목표를 따로 세운 것은 아니기도 하고,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아 온전히 기뻐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전날 KT는 강백호의 홈런을 앞세워 삼성과의 점수 차를 6점에서 2점까지 좁히며 추격했지만, 끝내 경기 막판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5-7로 져 6연패에 빠졌다.
그런 와중에도 KT 김진욱 감독은 강백호 칭찬을 늘어놓았다. 김 감독은 “어제처럼 강백호가 홈런으로 팀 공격에 기폭제 역할을 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정작 강백호는 “1번타자로 더 많이 출루했어야 했는데, 단타나 볼넷을 많이 얻지 못했고 출루도 적었던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이날 경기 4타수 2안타로 팀의 연패 탈출(4-2승)에 힘을 보탰다.
눈에 띄는 기록들에 대해서는 무심해했지만, 그래도 강백호는 막판에 이른 데뷔 시즌을 되돌아보며 “성장했다”고 했다.
강백호는 “상대의 힘을 이겨낼 수 있는 기술을 익혔다”며 “배트에 공이 정확하게 맞지 않을 때도 긴 비거리를 낼 수 있는 타격 기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강점인 몸통 회전에 대한 것, 변화구 대처 능력, 선구안 등등 실전에서 유용하게 쓸 것들을 많이 배웠다”고도 했다. 강백호 이전 고졸 신인 홈런 기록 보유자인 김재현 SPOTV 해설위원도 “올해 내 기록을 깰 수 있을 것 같다”는 덕담과 조언을 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덕분에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다.
프로에서 치르는 첫 시즌이 “재밌을 때도, 힘들 때도 있었다”는 강백호는 슬럼프를 견뎌내는 요령도 배웠다. 지난달 중순 20홈런 고지에 오른 뒤 21호 홈런이 나오기까지 10경기 동안 침묵하는 등 올 시즌 강백호는 부침이 뚜렷했다. 강백호는 “결과가 좋지 않은 경기에서도 그 날 잘됐던 부분을 찾으면서 극복했다”며 “코칭스태프들과 프런트, 선배들과 동기들 덕분에 한 시즌을 잘 치를 수 있었다”고 했다. 김진욱 감독도 “강백호는 타자로서 장·단점이 뚜렷하고 상대팀도 세밀한 전력분석으로 단점을 파악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강백호는 타자로서의 단점을 스스로 극복했다. 수비도 경험이 더 쌓이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백호도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약점을 보완해 더 큰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는 “회전이 빠른 게 장점이지만 근력은 생각보다 좋지 못하다”며 “남은 시즌을 잘 치른 뒤 체중도 줄이고 근력을 보강해 더 힘있고 빠른 타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두산 김재환이 강하고 빠른 타구로 수비 시프트를 뚫고 안타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며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양현종(KIA)이나 김광현(SK) 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타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기록이 오래도록 남는 것보다 더 실력 좋은 후배들이 자신의 기록을 새로 갈아치우길 바란다”는 마음도 전했다. ‘강한 상대를 보면 더욱 불타오른다’는 강백호다운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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