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배터리 양산·반값 전기차 출시 예고에도 시장은 냉랭

테슬라 '배터리데이' 행사 참석한 일론 머스크. 연합뉴스

 

새 원통형 배터리 셀 등 업계 판도 흔드는 획기적 기술 혁신 없어
“한 달 내 완전 자율주행차 출시”…실망 매물 쏟아지며 주가 급락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22일(현지시간) ‘반값 배터리’를 양산하고, 이를 탑재한 2만5000달러(약 2900만원)대 전기차를 “3년 내에 시장에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또 앞으로 한 달 이내에 ‘완전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획기적인 수준의 기술 혁신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 주가는 투자자들이 ‘실망 매물’을 쏟아내 하루 사이 약 12% 폭락했고, 현재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국내 업계는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에서 열린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는 더 강력하고 오래가면서도 가격은 절반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배터리데이는 테슬라가 사상 처음 개최한 배터리 기술·투자 설명회다. 주주총회를 겸한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올해 들어 세 차례나 연기된 끝에 이날 개최됐다.

머스크는 이날 신형 원통형 배터리 셀 ‘4680’의 개념과 제조공정을 소개하는 데 장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새 배터리 셀은 기존 배터리 대비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으며 주행거리는 16%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4680은 LG화학이 현재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는 ‘2170’ 배터리 셀에 비해 지름이 2.2배 크다. 배터리 크기만큼 용량이 증가해 전기차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상식적으로는 그만큼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머스크는 이 또한 제조공정을 혁신해 가격을 확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터리 셀을 재활용하고, 건식공법 도입과 소재 혁신 등으로 생산단가를 56%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가 ‘반값 이하’에 공급된다면 전기차 가격도 그만큼 낮출 수 있다.

머스크는 “3년 뒤면 2만5000달러 수준의 테슬라 전기차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테슬라 ‘모델3’ 판매가의 절반 가격으로 현대자동차 쏘나타와 비슷한 수준이다. 자율주행 기능 혁신도 예고했다. 머스크는 “한 달 이내에 완전 자율주행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오토파일럿’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테슬라 주주는 물론 전 세계 완성차·배터리·금융투자 업계에서 숨 죽이고 기다려온 행사였는데, ‘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한 방이 없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앞서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배터리데이에서 ‘꿈의 기술’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리튬이온 배터리 내부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밀도를 높인 것)나 주행거리가 100만마일(약 161만㎞)에 이르는 ‘100만마일 배터리’,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언급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기술적인 언급은 사실상 전무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블록버스터급 기술 도약을 기대했지만 점진적인 개선책 몇 가지만 내놨을 뿐”이라고 혹평했다. 이날 장중 5.6% 하락한 테슬라 주가는 배터리데이 행사가 반영된 시간외 거래에서는 추가로 6.8% 급락했다.

테슬라의 ‘소문난 잔치’에 긴장했던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테슬라 주가의 폭락으로 국내 배터리 관련 대형주들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LG화학 주가는 1.41%, SK이노베이션은 1.99%, 삼성SDI는 2.24% 떨어졌다.

정환보·윤승민 기자 botox@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