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이 정교한 타자의 상징이라면 시즌 20홈런은 타자의 장타력을 검증하는 지표. 20홈런을 쳤다고 리그를 대표하는 ‘슬러거’라는 평가를 듣는 건 아니지만, 20홈런 타자라면 한 팀의 중심타순을 충분히 맡아줄 수 있다.
‘타고투저’ 현상이 KBO리그의 대세가 되면서 3할 타자는 흔해졌다. 지난해 33명에 이르렀고, 2016년에는 무려 40명에 달했다. 타격왕을 차지하려면 타율이 3할7푼대를 넘겨야 할 정도가 됐다. 20홈런 타자들도 점차 그 수를 늘렸다. 10구단·팀당 144경기 체제가 자리잡히며 예상됐던 바지만, 시즌 전체 홈런 기록이 역대 최다치 경신을 눈앞에 둔 올해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더 늘었다.
지난 8일 현재 총 16명이 시즌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박병호(넥센)가 ‘5시즌 연속 30홈런’ 기록을 세운 날, 채은성(LG)과 재비어 스크럭스(NC)는 동시에 20홈런 고지에 올랐다. 팀당 적게는 34경기, 많게는 40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20홈런 타자는 더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19홈런 타자는 4명, 18홈런 타자는 5명, 17홈런 타자는 4명이다. 시즌 17홈런을 친 뒤 교체된 외국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넥센)를 빼면 12명이 잠재적인 20홈런 타자다. 이 그룹에는 강민호(삼성), 안치홍, 로저 버나디나, 최형우(이상 KIA), 나성범(NC), 김현수(LG) 등 20홈런 달성이 어려워보이지 않는 강타자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
범위를 ‘15홈런 이상’까지 넓히면 20홈런 후보군은 35명이 된다. 15홈런 타자도 추세대로라면 시즌을 19~20홈런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홈런 타자는 올 시즌 30명을 넘길 수도 있다. 30명에만 도달해도 역대 최다치가 새로 쓰이게 된다. 1군 10구단 체제가 된 2015년부터 20홈런 타자는 예년보다 늘었다. 종전 최다기록은 2016년의 27명이다.
제이미 로맥(SK), 멜 로하스 주니어(KT)가 한국리그 2년차에서 홈런 포텐셜을 폭발시켰고, 올 시즌 돌아온 박병호와 제라드 호잉(한화), 강백호(KT) 등 새 얼굴도 장타력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채은성과 최주환(두산), 전준우(롯데) 등은 이미 자신의 시즌 최다 홈런 기록에 도달했거나 이를 넘어섰다. 장타를 늘리기 위한 선수들의 연구와 노력이 어느 정도 빛을 발한 셈이다. SK나 KT에서는 클린업 트리오가 아닌 다른 타순에서도 20홈런 이상 쳐 줄 장타자들을 배치할 수 있게 됐다.
20홈런을 넘어 역대 최다 30홈런 시즌이 올해 만들어질지도 관심사다. 30홈런 타자가 가장 많았던 시즌은 손꼽히는 투고타저의 해로 남아있는 1999시즌이다. 그 해엔 무려 13명이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올해는 홈런 선두 로맥(35개)부터 박병호까지 5명이 이미 30홈런을 쳤다. 현재 23홈런으로 공동 9위인 삼성의 다린 러프 정도가 추세상 시즌 30홈런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많은 팀들이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만큼 많은 홈런타자들이 시즌 막판에 가까이 갈수록 집중견제를 받을 확률이 높다는 점이 기록 달성의 변수다.
'각본은 없다 > 다이아몬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10일]보스턴 베츠, ML 시즌 첫 '사이클링히트' (0) | 2018.09.09 |
---|---|
[8월10일]추신수·오승환, 8월말 '한글 이름' 새기고 뛴다…류현진은? (0) | 2018.09.09 |
[8월9일]"팀 먼저" 생각하는 한화의 '리베로' 정근우 (0) | 2018.09.09 |
[8월8일]헤일이 무너져도…투·타 조화 한화, 3연패 탈출 (0) | 2018.09.09 |
[8월8일]박병호, 역대 두번째 '5년 연속 30홈런' (0) | 2018.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