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대의원하고 신뢰 회복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당내 대의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의 혁신안 발표를 앞두면서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혁신위가 차기 총선이나 당 도덕성 회복과 관계없는 대의원제 개편을 혁신안으로 내걸어 강성 지지층의 당권 장악 길을 열어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혁신위 관계자는 8일 통화에서 “당의 구조가 민주적이지 않고, 당원들의 의사가 반영되거나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문제의식으로 당내 구조를 손보는 방향으로 혁신안을 만들고 있다”며 “대의원의 구성과 역할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한 뒤 혁신안을 오는 10일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선거에서 대의원이 가진 투표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안이 혁신안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의원은 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당 소속 시·도 지사, 각 시·도당 위원장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당 지도부를 선출한 전당대회 때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은 30%, 권리당원은 40%였다. 반면 대의원 선거인은 1만6282명, 권리당원은 117만9933명이다. 대의원 1명의 표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권리당원 1명의 60배에 달하는데 이런 격차는 권리당원이 많이 늘어나면서 심화하고 있다.
강성 권리당원들은 대의원의 권한 탓에 당원들의 요구가 당에 전달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진 지난 4월에는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당내 선거를 위해 대의원을 포섭하려는 구조 탓에 돈 봉투가 돌았다”며 대의원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친명계 장경태 최고위원이 이끌었던 혁신위는 지난 3월 대표와 최고위원 예비 경선을 권리당원 100% 투표로 치르는 방안을 논의했다.
반면 비명계는 차기 총선이나 당의 도덕성 회복과 무관한 대의원제 논의가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거(대의원제)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필요한 제도다. 총선을 앞둔 일반 유권자나 국민에게 적용되지 않는 사안”이라며 “지금 (논의)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많은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친명계 및 강성 당원들이 당권을 잡기 위한 기반을 혁신위를 통해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성 당원들이 이재명 대표 쪽 세력을 확대하려고 하거나 그쪽을 관철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는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 총선에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냐. 이들은 총선에 관심 없고 당권을 잡고 권력을 누리는 것에만 관심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초선 의원은 “지난 1년 간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잃는 과정과 대의원제가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팬덤의 영향력이 너무 큰 게 우리가 바뀌어야 할 부분 중 하나인데, 그 쪽에 영합하는 혁신안은 당내에서 전혀 공감을 못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조기 사퇴 등 궐위 시 친명계 성향의 새 지도부를 구성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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