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 NVH코리아는 기존 제품보다 엔진소음을 24% 줄이는 ‘입체 섬유형 대쉬 아이소패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냈다. 대쉬 아이소패드는 엔진부와 운전석 사이에 설치돼 엔진소음이 차 안에서 들리는 것을 방지하는 부품이다. NVH코리아는 이번 개발로 연 매출액을 2014년 3204억원에서 지난해 3539억원으로 10% 이상 끌어올렸다. 이 개발은 현대·기아자동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현대·기아차는 중소기업의 매출 증대를 도왔을 뿐 아니라 외국산 부품 대신 더 성능이 좋은 국산 부품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연간 약 310억원의 외화를 절감하게 됐다.
이런 성공은 대기업들이 협력 중소기업에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고품질의 부품·제조장비를 공급하도록 한 ‘공정거래협약’ 덕분에 가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도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결과 10개 프로그램을 모범사례로 선정해 28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며 국내 산업과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공정거래협약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크레파스(CrePas) 프로그램’도 모범사례로 뽑혔다.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인 필옵틱스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자금·기술인력을 지원받았고,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유리기판을 레이저로 정교하게 자르는 장비를 개발해냈다. 필옵틱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2.2배 많아졌으며, 삼성디스플레이도 유리기판 가공 공정이 단축돼 연간 약 30억원의 제조비용을 줄였다.
LG이노텍은 화학제품 제조업체 오알켐의 스마트폰 회로기판용 도금약품 국산화를 도왔다. 스마트폰 회로기판은 여러 겹의 층으로 구성돼 있어 층 사이에 전류가 흘러야 작동하는데, 오알켐이 전류를 흐르게 돕는 도금약품 국산화를 처음으로 성공했다. 오알켐은 3년간 약 90억원의 신규 매출을 기록했다. 그간 독일 제품을 수입해오던 LG이노텍도 오알켐의 국산 제품을 대체사용하면서 연간 26억원의 외화를 절약하게 됐다.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업체 간의 협약 사례도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골프카트 제조업체 2곳과 냉장고 제조업체 2곳이 ‘냉장고가 장착된 탑승형 전동카트’(사진)를 개발하도록 지원했다. 이 카트는 ‘야쿠르트 아줌마’로 통하는 배달원들이 직접 힘들여 끌지 않고도 배달이 가능한 전동카트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야쿠르트는 2017년까지 800억원어치의 전동카트 1만대를 구매할 계획이다. 4개 협력업체는 지난해 337억원의 신규 매출을 올렸다. SK텔레콤은 외부 온도와 체온의 차이를 이용해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웨어러블 열전소자 기술’ 개발을 위해 벤처업체 테그웨이를 지원했다. 이 기술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가 배터리 없이 작동할 수 있게 응용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테그웨이가 개발한 기술을 스포츠의류 업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협업을 알선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모범사례 발표를 계기로 공정거래협약 체결에 참여하는 대기업들이 보다 늘어나고 상생협력 문화도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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