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기업은 ‘가이드라인’ 마련, 공직사회는 ‘내부 단속’, 언론사는 ‘윤리강령’ 점검
ㆍ작년 법인 59만곳 접대비 10조원
ㆍ불법 피하기 법률 자문 등 ‘비상’
푸짐한 ‘1인당 2만8000원 밥상’ 29일 서울 서대문 한정식 식당의 2인용 밥상. 1인분 2만2000원의 상차림에 소주 1병, 맥주 2병을 합한 값은 5만6000원(1인당 2만8000원)이다. 병어·광어회, 아귀 수육, 낙지해물탕 등이 올라왔다. 접대용 식사비 상한액 1인당 3만원 내에서도 수라상 부럽지 않을 만큼 푸짐하다. 정지윤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 해 10조원에 달하는 접대비를 쓰는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별로 전담팀을 꾸려 불법 범주에 드는 접대행위를 구별하기 위한 자체 ‘가이드라인’을 준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은 이미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받지만 ‘시범 케이스’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단속에 나섰다. 언론사들은 법 시행 이전에 구체적 ‘행동규정’ 정비에 나섰다.
29일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의 경우 내부 법무팀을 통해 법안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해 기업 등 법인 59만여곳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는 9조9685억원으로 집계됐다. 재계에서는 기타 업무추진비 등의 명목으로 지출되는 비용까지 합하면 실제 접대비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무 추진과 대관 업무 등에서 기존의 관행들을 대부분 개선해야 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법무팀을 중심으로 홍보와 대관팀 관계자들이 모여 지금까지 해온 일에 대해 되는 것, 안되는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법무팀 관계자들을 대형 로펌 등에 파견해 외부 법률자문도 받고 있다. 기업 임직원이 이를 위반했을 때 법인도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아 전사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국내 대형 로펌들은 잇달아 기업들을 위한 김영란법 자문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현재 대형 법무법인 중에서는 세종, 태평양이 ‘반부패 컴플라이언스팀’이란 이름으로 본격 자문서비스에 나섰다. 이 같은 서비스는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통·호텔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리츠칼튼 서울은 이번 추석 선물로 김영란법에서 정한 선물 기준인 5만원보다 싼 와인 선물세트 등을 4만4000원에 내놨다. 백화점업계는 5만원 이하 저가 선물세트 물량을 기존보다 20~30% 늘리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게 된 언론사들도 기자 윤리강령과 사규 등을 점검하는 등 법률과 업무 간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기준 적용이 모호하거나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법적 자문도 구하는 중이다. 특히 기업 초청으로 이뤄지는 해외 취재나 기자간담회 참석 등 일상적인 취재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지 여부를 놓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와 지자체는 법 시행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부처 내에서는 김영란법 내용보다 더 강한 윤리지침을 시행해왔다”며 “다만 김영란법 시행 후 이른바 ‘시범 케이스’로 적발돼 크게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공직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는 움츠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식·박용하·윤승민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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