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구본길(왼쪽)과 오상욱이 기뻐하고 있다.  자카르타 | 연합뉴스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구본길(왼쪽)과 오상욱이 기뻐하고 있다. 자카르타 | 연합뉴스

“선수로서의 목표요?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이죠.”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펜싱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팀의 막내 오상욱(22·대전대)의 말에 고개가 갸웃거렸다. 개인전 우승자의 자리가 더 주목받을 것 같은데, 왜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 금메달을 바랐을까. 오상욱은 곧이어 답했다. “함께 무언가를 이룰 때의 쾌감이 개인전과는 다르거든요.”

그래서였을까. 오상욱은 지난 20일 대회 사브르 개인전 결승전에서 은메달에 머물렀을 때에 대해 “서운함은 없었다. 실력 대 실력으로 붙어 내가 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오상욱을 이긴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은 금메달을 차지하고도 웃지 못했다. 구본길은 ‘후회 없는 한판’을 치르겠다고 경기에 임했지만, 금메달을 따면 당장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오상욱이 자꾸 눈에 밟혔던 탓이다.

구본길은 단체전이 끝난 뒤 오상욱에게 “이제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겠다”고 말을 했단다. 취재진 앞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여기에 “정말 힘들었다”는 말까지 보탰다. 하지만 오상욱에겐 개인전에서의 아쉬움은 없었다. 단체전에서도 크게 활약했다. 7번 주자로 나선 구본길이 30-27의 불안한 리드를 35-27로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면, 오상욱은 1번·5번 주자로 팀의 점수차를 벌린 뒤 마지막 주자로 경기를 매조짓는 역할을 했다. 오상욱은 “44-32가 될 때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다. 마지막 45점째를 성공시킬 때에야 ‘끝났구나’하는 다리가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며 당시 상황을 또렷이 기억했다.

첫 아시안게임에서 기분 좋은 금메달을 딴 오상욱은 “이제 편히 잘 수 있겠다”면서도 “지금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올림픽도 뛰고 경험 많이 쌓아서 앞으로도 좋은 성적 올리겠다”고 말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맏형 김정환(35·국민체육진흥공단)이 “앞으로도 한국 사브르가 세계 최강 자리를 지켜나가도록 해달라”는 부탁에 “(김)정환이 형의 빈 자리가 생기면 적응하고, 경기력도 올려서 다같이 완벽한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도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