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금민철.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KT 금민철.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외국인 원투펀치 더스틴 니퍼트와 라이언 피어밴드, 그리고 토종 잠수함 고영표… 시즌 전에도, 시작된 뒤에도 KT 선발 마운드는 이 세 투수에게 기대하는 바가 컸다. 하지만 KT에서 가장 먼저 7승을 거둔 투수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낯설지 않은 5선발이라는 자리를 채웠지만, 선발 마운드를 오래 지켜주리란 기대가 크지는 않았다. 투구이닝이나 공의 위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금민철(32)은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과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7-4 승리를 이끌고 개인 시즌 최다승 타이인 7승(6패)째도 수확했다.

1회를 공 8개로 끝낸 넥센 선발 한현희가 2이닝 동안 53개를 투구한 금민철보다 더 위력적인 것처럼 보였다. 실점은 한현희가 2회초 먼저 했지만, 좌익수 고종욱이 공을 더듬거리며 허용한 득점권 위기에서 야수 선택이 겹쳐 나온 비자책점이었다.

그러나 5회초 KT 타선은 집중타로 한현희를 무너뜨렸다. 8번 박기혁의 좌중간 2루타-9번 심우준의 우전 적시타로 1점을 더 도망갔다. 이어진 2사 3루에서는 강백호의 좌전 적시타가 터져 3-0이 됐다. 멜 로하스 주니어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2사 1·2루에서는, 허벅지 통증으로 빠진 유한준을 대신한 대타 하준호가 우측 날카로운 타구로 강백호를 다시 불러들였다. 연속 실점으로 지친 한현희는, 이진영의 투수 앞 땅볼을 1루수가 받기 어려운 높이로 송구하는 실책을 범하며 다섯점째를 스스로 내줬다.

KT는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한현희를 이해창과 황재균이 솔로포로 두들겨 7-0으로 달아나 승기를 굳혔다. 금민철은 최고구속 135㎞에 불과한 느린 속구로 매회 안타를 내주고서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삼진은 2개뿐이었지만, 루상에 주자가 나갈 때마다 내야 땅볼을 유도해 추가 진루를 막았다. 금민철이 마운드를 지킨 6회까지 넥센 주자들은 홈은커녕 3루 베이스도 밟아보지 못했다.

2회초 시속 109㎞의 느린 커브로 김민성을 헛스윙 삼진 잡은 대목은, 금민철 특유의 투구스타일을 이날 잘 통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금민철은 “평소대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고, 볼넷을 주지 않고 빠른 카운트 승부를 가져가려고 했다”며 “주자가 출루하면 몸쪽 승부를 가져간 게 주효했다. 수비의 도움이 커서 무실점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넥센은 금민철이 내려간 뒤인 7회말에 실책과 연속 안타, 희생플라이를 묶고 2점을 쫓아갔다. 8회말엔 박병호가 4경기 연속 홈런으로 점수차를 석점차까지 좁혔다. 그러나 KT는 직후 홍성용이 1이닝, 마무리 김재윤이 1이닝을 잘 막아 경기를 7-4 승리로 끝냈다.

금민철은 이날 승리로 팀 최다승 투수가 된데 이어 개인 시즌 최다승 타이를 이뤘다.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2009년 7승(2패)가 금민철의 최다승 시즌이었다. 그 때쯤 금민철은 ‘골든보이’라는 별명과 함께 주목받는 좌완투수의 반열에 올랐다가,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올 시즌 꾸준히 KT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올려가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