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채병용(왼쪽)과 김태훈. SK 와이번스 제공

SK 채병용(왼쪽)과 김태훈. SK 와이번스 제공

시즌 초반, SK를 잠시나마 선두로 이끌었던 힘은 강한 선발진과 장타력에 출루 능력을 더한 타선이었다.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두산에게 시즌 첫 ‘3연전 스윕패’를 안기고 상승세를 타며 2위 싸움에 우위를 점한 힘은, 선발이 일찍 마운드를 내려와도 마운드를 지키는 ‘믿을맨’들의 존재다.

지난달 중순부터 마운드에 합류한 채병용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채병용은 지난 25일 문학 두산전에서 5회 1사 만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8-3으로 리드 폭은 꽤 컸지만, SK가 선발 앙헬 산체스를 일찌감치 빼는 강수를 둔 탓에 대량실점을 헌납하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야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채병용은 두산의 4번 김재환에게 파울로 스트라이크를 2개 잡아낸 뒤, 4구째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박세혁을 파울 뜬공으로 잡아 급한 불을 껐다. 이후 한 이닝을 더 무실점으로 막아 팀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SK는 그날 승리로 두산과의 3연전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었고, 3차전까지 잡아내 스윕에 성공했다.

2000년대 후반 SK의 왕조시절 때로는 선발로, 팀이 필요하면 중간계투와 마무리를 오가면서도 제 몫을 했던 채병용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 지난 21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4-2로 앞선 9회말 무사 1·2루 위기에서 한 점만 내주며 세이브를 챙겨 마무리로도 역할을 했다. 28일 마산 NC전에서는 팀의 두번째 투수로 홀드를 따내는 등, 어느 상황에서도 기대를 충족시키는 투구가 SK의 마운드 운용에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다.

김태훈의 역할도 비슷하다. 지난 17일과 24일, 선발이 5이닝을 넘기지 못한 가운데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던져 모두 구원승을 챙겼다. 산체스와 김광현 등, 강력한 구위를 선보이고 있지만 부상 경력 때문에 선발투수들이 휴식이 필요할 때는 임시 선발로 자리를 메꿨다. 후반기 선발들이 재가동을 시작한 뒤에도 선발과 필승조를 잇는 다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28일 까지 5경기에 나와 9이닝을 던지는 동안 1점만 내줬다. 2승 외에 홀드도 2개 챙겼다.

어떤 상황, 어느 자리든 전천후로 나설 수 있는 두 투수의 존재 덕분에 SK는 후반기 보다 탄력적으로 마운드를 운용하고 있다. SK는 상대적으로 불펜이 불안한 탓에 선발진이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안고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선발이 6이닝을 넘긴 적이 단 두차례에 불과했는데도 28일까지 11경기에서 삼성과 함께 가장 많은 8승을 챙겼다. 채병용과 김태훈이 이닝 당 출루허용률(WHIP) 0점대의 호투를 이어간 덕이 컸다.

아직 후반기 구원승은 없지만, 선발 경력이 있어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윤희상도 후반기 WHIP가 0점대다. 여기에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를 맡은 신재웅이 무실점으로 2세이브를 거두는 등 불펜이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둬 모든 팀이 불펜 총력전에 나선 지금, SK는 꺼낼 수 있는 많은 카드를 안은채 든든하게 여름을 나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