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멜 로하스 주니어(위 사진 오른쪽)와 넥센 박병호(아래 사진 오른쪽)이 팀 동료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KT 멜 로하스 주니어(위 사진 오른쪽)와 넥센 박병호(아래 사진 오른쪽)이 팀 동료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최정(SK)의 허벅지 부상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만 변화의 소용돌이를 일으킨 게 아니다. 제이미 로맥(SK)-김재환(두산)과 함께 형성했던 KBO리그 홈런 레이스 3자 구도 역시 당장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최정의 이탈에 따른 2인 경쟁 체제로 변모한 것 또한 아니다. 또 다른 경쟁자들의 추격으로 홈런왕 구도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28일은 새로운 구도가 우선 가시화된 날이다. 31개로 홈런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던 김재환이 1개, 로맥이 2개를 추가하며 앞서나갔다. 팀에게도 매우 귀중한 홈런을 날렸다. 로맥은 마산 NC전에서 5회초 팀이 3-2로 근소하게 앞설 때 솔로홈런을, 9회초 다시 5-3 리드에서 2점 홈런을 터뜨리는 등 팀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한방을 날렸다. 두산 김재환도 잠실 한화전에서 팀이 7-5 추격을 허용한 7회말 달아나는 2점 홈런을 날렸다. 이 홈런으로 두산은 완벽히 승기를 잡았다.

더 무서운 것은 이들을 따르는 추격 그룹이다. 28일 수원 LG에서는 KT 멜 로하스 주니어가 좌·우 타석에서 홈런을 하나씩 추가하며 추격에 나섰다. 1경기 좌·우타석 홈런도 프로야구 통산 6번째의 진기록이지만, 홈런 각각이 팀이 승리하는 데 큰 힘이 됐다. 로하스는 LG를 상대로 2-0 리드를 잡은 3회말 우완 선발 타일러 윌슨을 상대로 투런 홈런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8회말 10-7로 뒤진 상황에서는 좌완 진해수를 맞아 오른쪽 타석에 들어서 추격의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 홈런은 KT가 9회말 김지열의 끝내기 역전 투런 홈런으로 승리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로하스 개인에게도 홈런 단독 4위(27홈런)에 오르는 중요한 홈런이었다.

홈런 순위 5위권에 머물러 있긴 했지만 그 이상의 화력을 뽐내지 못했던 로하스는 후반기 11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쳐내며 어느새 3위 최정에 4개차까지 따라붙었다. ‘원조 홈런왕’ 박병호(넥센)의 기세도 무섭다. 박병호는 지난 26일 고척 KT전까지 4경기에서 총 5개 홈런을 뿜어냈다. 어느덧 시즌 25홈런으로 5위권에 들었다. 종아리 부상 탓에 한 달 정도 결장하면서 7월말에서야 규정 타석에 근접할 정도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어느새 홈런 레이스에 가세했다.

로하스와 박병호의 분전은, 한동민·김동엽 등 SK 선수들과 이대호(롯데) 정도가 경쟁하던 홈런 상위권 구도에 이미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로하스와 박병호 무서운 것은 둘 모두 시즌 전 홈런왕 유력 경쟁자로 지목 받았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각각 부진과 부상으로 홈런 경쟁에서는 멀어져 있었지만 단시간 경쟁에 합류했고, 개수차가 적지 않았던 선두권까지도 단숨에 따라붙는 저력을 보였다.

접전이 더 많아진 후반기 순위싸움에서 홈런 한 방이 승부와 분위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점도 곁들여 볼 관전포인트. 거포들의 홈런쇼는 개인 타이틀 경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로하스의 KT는 28일 현재 9위로 처져있지만 최근 상승세로 5위 넥센에 3.5게임차까지 따라붙었다. 한화와 2위 싸움을 벌이는 SK에게도, 5위 수성을 하려는 넥센에게도 대포의 힘이 간절한 건 마찬가지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