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중도층에서 오르자 ‘이별 시기 아니다’ 판단

이재명 “현 정부 자산과 부채 승계”…이낙연도 ‘원팀’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과거 대선 과정에서 나타났던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의식적으로 차별화에 거리를 두고 ‘계승’을 말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중도층에서도 오르자 아직까지 ‘이별할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0일 KBS 라디오에서 “(현 정부와) 다름은 있지만 차별화는 없다. 더 훌륭한 정부가 돼야 하지만 일부러 차별화할 필요는 없다”며 “새로 만들 이재명 정부도 민주당 정부이기 때문에 당연히 본질은 같고 자산과 부채는 승계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 문제도 “대통령께서 부동산으로 돈 벌지 못하게 했는데 관료들이 그 말대로 안 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책임을 대통령이 아닌 관료에게 돌린 것이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작했다는 것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도 말했다.

‘문재인 정부 계승’ 기조는 이낙연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 전 대표는 대선 출마선언 전에도 지지 모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사를 쓰고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를 맡았다”며 이력을 부각했다. 그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0점 당대표’라고 비판하자 지난 15일 “대통령께서는 당정 관계가 환상적이라고 극찬해 주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정부와 차별은커녕 ‘원팀’을 강조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지금까지 민주당 경선에선 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나 차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16대 대선 때 노무현 후보,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 등 여당 후보가 차별화를 내세웠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당내 경선에서 ‘친문(재인)’ 표심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지난 19일 발표한 국정조사 평가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45.5%였다. 6월 5주차(38.0%)에 비해 7.5%포인트 오른 올해 최고치였다. 지지율 상승에는 열성 ‘친문’ 지지층 외에 중도층의 지지도 깔려 있다. 중도층에서도 33.4%에서 39.5%로 올랐다.

유력 후보들로선 당장 대통령의 지지율이 중도층에서도 오르는 상황이어서 굳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부동산 문제에서도 대통령 책임을 거론하지 않는 이유를 “관료들을 지적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 편에 서는 것은 중도층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장기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중도층 표심을 잡아야 하고, 그렇다면 현재 지지도가 높은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부정적이고, 가변적인 중도층 표심을 감안한다면 후보들은 시간이 갈수록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두지 않는다면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안하기가 쉽지 않다”며 “변화를 갈망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