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17일 민주당 대표 경선 출마는 ‘이재명의 민주당’ 계획의 본격 시작으로 해석된다. 대선 패배 후 당권을 잡은 뒤 대선에 재도전한 ‘문재인의 길’을 걸으면서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라는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수사가 이 의원과 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당 계파 갈등 해소와 통합이 이 의원이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권 잡고, 공천권 잡고···‘문재인의 길’ 가며 사법 리스크도 방어
이 의원이 대선에서 패한 뒤 그의 당권 도전은 당 안팎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20대 대선에서 원외 후보였던 이 의원이 차기 대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당 대표로 당권을 장악해 여의도에서 당내 주류가 되고, 차기 대선에서 당의 전폭적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친이재명계 내부에서부터 쇄도하면서다. 이 의원 측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다. 문 전 대통령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 패한 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가 돼 당권을 잡았고, 이듬해 민주당을 20대 총선 승리로 이끌며 당내 친문재인계를 키워냈고 19대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 의원의 출마 선언은 그가 처한 정치적 현실도 반영한 결과다. 이 의원은 현재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딸’(개혁의 딸)로 상징되는 열성 당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대선에서 얻는 1600만표도 이 의원의 자산이다. 하지만 여의도 내에서 친이재명계의 결속력은 약한 편으로 평가된다. 이 의원이 당권을 잡은 후 강력한 리더십 구축과 차기 총선 공천권 행사를 통해 ‘이재명의 당’을 만들면 일사불란하게 총선과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이 의원 측은 보고 있다. 친이재명계가 당 주류가 된다면 이 의원은 향후 대선 가도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실제로 이 의원은 이날 출마 회견에서 대표가 된다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확고한 비전으로 정국을 주도하는 당,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하는 야당, 국민 지지 속에 할 일을 하는 당이 바로 강한 정당”이라며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합리적이되 강한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총선 공천과 관련해서도 “시스템 공천 강화로 ‘계파 공천’ ‘공천 학살’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공천권 포기 여부를 묻는 말에 “그럼 그걸(공천을) 누가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또한 검·경의 수사로 촉발될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당권 도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검·경은 이 의원이 연루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등전방위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야권에선 정부·여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지도 하락세 국면 전환을 위해서라도 검·경에 수사 속도를 높이라고 압박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불체포 특권’을 얻었지만, 당대표의 자리에 오르면 ‘야당을 향한 정치 공세’ 프레임을 내세워 당 차원의 대응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며 지지자에게 사인해 주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떨쳐지지 않은 불안감···대세론 속 시험대 될까
이 의원은 출마 선언 후 기자들에게 “비 오는 날 먼지 날 만큼 십수년 간을 탈탈 털렸다”며 “정적을 공격하려는 과도한 음해는 자중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검·경의 수사는 그 결과와 관계없이 이 의원에게 흠집을 낼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도중이나 이 의원의 대표 선출 후 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면 민주당은 ‘방탄국회’ 소집이란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있다. 검·경 수사에 이 의원이 결사 항전할 경우 정국 혼란이 발생하고 당이 그 부담을 져야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이 의원은 이날 “민주주의 후퇴와 공권력 남용을 확실히 막겠다. 할일을 하기 위해 저항을 이겨내라고, 목표를 찾아내고 새 길을 만들라고 국민이 준 힘이 바로 권력”이라며 선명한 대여·대정부 투쟁을 시사했다. 앞으로 수사 내용과 여론 반응에 따라 이 의원과 당의 운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이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계속 막다 보면 ‘방탄 국회’를 한다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없애자는 (이 의원의) 과거 발언과 겹쳐 또 ‘내로남불’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당내 불만과 공세를 이 의원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정하느냐도 관건이다. 이 의원은 비이재명계로부터 당대표 불출마 요구를 받았지만 출마를 강행하면서 전당대회 과정에서 경쟁 후보들의 집중 공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이 이날 출마 회견에서 ‘통합’을 외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의원은 “계파 정치로 성장하지 않는 저 이재명은 계파 정치를 배격하고 통합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친이재명계가 아직 당내 주류가 아닌 만큼 비이재명계의 공세에 맞불을 놓기보다 통합을 염두에 두고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 관계자는 “의원 중에서도 이 의원의 리더십에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스스로 이를 불식시켜야 의원 그룹을 세력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같은 불안감을 해소시키지 못한다면 그가 대세론 속에 당대표가 되더라도 당 장악과 차기 대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당권 레이스가 ‘정치인 이재명’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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