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어민이 2019년 11월 판문점을 통해 북송되는 과정에서 북한군이 팔을 붙잡고 끌고 가려 하자 저항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둘러싸고 여야는 이들의 귀순 의사부터 북송의 정당성까지 여러 쟁점에서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여권에선 당시 북송된 어민 2명이 살인자라는 건 북한 주장이고, 국내에 와서 귀순 의사를 밝혔으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총살 등 비인도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북한에 보내지 않고 국내에서 재판받게 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2일 공개된 끌려가듯 북송되는 사진이 이들의 귀순 의사를 증명한다고 한다.

 

반면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들이 동료 살해 후 도주하다 한국군에 체포돼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었고, 진술과 첩보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배는 페인트칠을 해 증거를 없앴고 추가 증거는 북한에 있어 국내에서 재판을 했어도 처벌하기 어려웠다며 무죄로 풀려날 경우 살인마가 거리에 활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여야 ‘탈북 어민 북송 사건’ 쟁점별 입장

 

 

쟁점 1 : 귀순 의사 진정성 있나

 

국민의힘은 이들이 귀순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오히려 흉악범이라면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나포 당시부터 귀순 의사를 밝혔고, 조사 과정에서 귀순의향서를 작성했다. 헌법과 법률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흉악범이라면 귀순에 100%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며 “북한에 돌아가면 고문에 총살인데 한국에 남고 싶지 누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겠나”라고 반문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도 지난 12일 공개된 강제북송 사진에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는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들이 해상에서 16명을 살해하고 북한 자강도로 가려하다 여의치 않자 해상으로 도주하다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한국군에 발견됐고, 이틀 동안이나 도망다니다 잡혔다는 점에서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맞선다. 사건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런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 군에 체포당할 때 한명은 ‘웃으면서 죽자’고 삶 자체를 포기하려 했다는 진술조서도 있다”고 귀순자로 보지 않은 근거를 댔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 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쟁점2 : 국내에서 재판했어야 했나



국민의힘은 이들도 국민으로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국내에서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북한 주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귀순 의사를 밝히고 대한민국 영토를 밟는 즉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전날 “살인범이든 흉악범이든 우리 사법제도로 재판을 하고 형 확정 전까지는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절차적으로 순리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은 이들이 타고 온 배를 포렌식하면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북한에서 일어난 일이라 첩보와 진술만 있을 뿐 재판에서 유죄를 이끌어낼 증거를 찾을 수 없어 재판에서 이들을 처벌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박수현 전 의원은 이날 SNS에 “이들이 살해도구와 시신을 모두 바다에 버리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 모든 증거를 인멸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할 경우 무죄로 풀려나게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 단장(오른쪽)과 윤건영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흉악 범죄 북한 주민 북송 관련 팩트체크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쟁점3 : 살인자도 귀순받아야 하나



여야는 이들이 살인자였는지에 대한 인식부터 엇갈린다. 권성동 대행은 이날 최고위에서 “살인자라는 주장 출처는 바로 북한”이라며 “북한 주장을 그대로 믿지 말고 검증부터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살인이 입증된 건 없다. 누명을 쓴 것이라면 누가 책임질 건가”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들이 체포된 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살인을 인정했고, 우리 군 첩보로 사전에 범죄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윤건영 의원은 “한미연합첩보자산으로 우리 영해로 들어오기 전부터 범죄 행각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살인자라도 귀순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태경 의원은 “우리나라가 고문방지협약 가입국인데, 공정한 사법절차가 없는 곳, 구타, 고문 등 인권 유린이 예상되는 지역에 보내면 안되게 돼 있다”고 말했다. 태영호 의원은 이날 통일부 자료를 근거로 실제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르고 내려온 북한 주민 23명이 이미 남한에 정책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귀순은 인정했지만 ‘비보호’ 탈북민으로 교육, 취업 등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중대 범죄자는 보호대상으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북한이탈주민법 조항과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를 경우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게 한 난민법 규정을 들어 귀순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건영 의원은 “이들이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하면(그래서 무죄를 받으면) 국민의 세금으로 16명을 죽인 엽기살인마를 보호해야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박수현 전 의원은 이들이 풀려나는 상황에 대해 “당시 야당에서도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