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박찬호. 연합뉴스
프로야구 선수, 혹은 프로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이 군에서 걱정하는 건 야구의 감을 잃는 것이다. 상무나 경찰 야구단에서 실력을 키워 프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도 몇 있었는데, 그에 반하면 현역으로 군 생활을 하는 건 분명 야구 선수들에게 마이너스 요소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장점은 있다. KIA 박찬호(24)는 군 복무 기간 동안 ‘야구 스트레스’를 덜어낼 수 있었다. 박찬호는 “규칙적으로, 정해진대로 생활하면 되는 점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야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때만큼은 안해도 됐다”고 말했다.
야구 선수는 군대라는 공간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비(非)선수 출신보다는 덜 받는 편이다. 야구를 비롯한 운동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십수년간 운동과 단체 생활에 익숙하고, 군에서의 운동 및 훈련 강도가 선수로 받는 훈련 강도를 상회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야구를 못하다 보니 야구를 전보다 소중하게 대하게 됐다. 이는 더 좋은 선수가 되는 바탕이 됐다. 대학에서도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키움 허정협(29)이 딱 그런 경우였다. 허정협은 “군대는 야구하기가 싫어서 갔다. 하지만 야구와 떨어져 지내다보니 오히려 야구의 소중함을 알았다”고 했다. 전역 후 허정협은 2015년 히어로즈 신고선수로 프로에 데뷔했고 올 시즌 백업 우타 외야수 역할을 쏠쏠히 해내고 있다.
군대에서 새로운 인연도 얻었다. 허정협은 “군대가기 전까지는 야구하던 친구들하고만 지냈는데, 군대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알게 됐다. 나름대로 의미있는 경험이었다”라고 했다. 삼성 최선호(28)도 비(非)야구인 출신 선수들을 새로 얻었다. 최선호는 “운동선수가 아닌 친구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선수들보다 더 순진하고 주변을 잘 챙기고 착하더라”며 “대구에 사는 군 동기들을 지금도 자주 만난다. 다방면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군에서 사귄 인연들은 새로운 응원군이 됐다. NC 이원재는 “아직도 통신병 동기들끼리 단체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눈다. 1군에서 TV 중계에 내 얼굴이 잡히면 단톡방이 시끌하다”며 “프로에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군대에 같이 있는 분들이 ‘너는 잘 될거다’라고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셨다. 전역 후에도 이 말들을 가슴에 새긴다”고 말했다.
직접 군 생활을 경험하면서 군인들에 대한 감사함도 알게 됐다. LG 김용의(34)는 행사에 주로 참석하는 의장대 병사로서 혹한기 훈련 도중 깨달은 바를 이야기했다. “혹한기 때 소대별로 나눠 모의 전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진짜 전쟁나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같은 군인이긴 하지만 최전방에서 고생하는 병사들에게는 정말로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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