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SK로부터 웨이버공시된 외인 투수 브록 다익손(25)의 성적은 겉보기에 크게 나쁘지 않다. 승수가 적은 편(3승)이긴 했지만 평균자책은 3.56으로 준수했다. 4일 기준 12위에 해당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1.26으로 규정이닝을 던진 투수들 중 11위였다. 그보다 비율 성적이 더 나쁜 외인 투수는 여럿 있었다.
그러나 다익손은 가장 먼저 짐을 싼 외인 투수가 됐다.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SK는 다익손의 투구속도가 기대에 못미쳤던 점, 이닝소화력이 떨어진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 다익손이 12경기에서 소화한 이닝은 65.2이닝으로, 경기당 5.1이닝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다익손이 올 시즌 6이닝 넘게 던진 경기는 단 2번뿐이다. 다른 국내 선수들에 비해 적잖은 금액을 주고 데려온 데 비하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SK는 판단했다.
그렇다면 다익손과 같은 평가 잣대를 들이댈 때 교체 대상에 오를만한 선수는 누구일까. 경기당 평균 이닝을 보면 다익손만큼 이닝소화력이 떨어지는 투수로는 삼성의 덱 맥과이어(30)가 있다. 맥과이어는 13경기에서 71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5.1이닝이 조금 넘는 정도다. 다익손과 마찬가지로 6이닝을 넘긴 경기가 두 번뿐이다. 지난 4월21일 9이닝 노히트노런, 지난달 21일 7이닝 3실점 두 차례인데 공교롭게 상대는 모두 한화였다. 거꾸로 말하면 다른 8개 구단을 상대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투구수가 75개를 넘어가면 유독 불안해지는 투수들도 있다. 키움 좌완 에릭 요키시(30)는 76~90구째를 던지는 동안 피안타율이 0.409, 피OPS가 1.051에 이르러 가장 높다. 시즌 피안타율(0.247)과 피OPS(0.670)와는 차이가 꽤 크다. 지난달 11일 수원 KT전에서 강백호의 머리에 맞는 공은 이날 요키시가 던진 85번째 공이었다. 경기당 평균 6이닝을 소화하고는 있지만 중후반 약세가 뚜렷하다. 키움 벤치도 이를 신경쓰고 있는 듯 하다. 지난 4일 고척 SK전에서 요키시는 5.2이닝 동안 81구를 투구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키움의 리드는 1-0으로 근소하긴 했지만, 주자가 득점권이 아닌 1루에 있었는데도 이른 타이밍에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키움은 이날 1-2로 역전패를 당한 가운데 선발 요키시가 일찍 내려와 필승조가 도합 3.2이닝 동안 2실점한 게 더욱 아쉬웠다.
KT의 윌리엄 쿠에바스(29)도 76~90구를 던질 때가 불안하다. 피안타율도 0.270로 낮지만은 않은데 장타 허용률이 크게 상승한다. 쿠에바스의 시즌 피장타율은 0.428인데 반해 76~90구 에는 0.703까지 치솟는다. 쿠에바스가 4일 잠실 LG전 4회말 오지환에게 허용한 만루홈런은 이날 자신의 78번째 투구였다. 롯데의 브룩스 레일리 역시 76~90구째 피안타율(0.256)에 비해 피장타율(0.590)이 높았다. SK서 나온 다익손 역시 76~90구째 피안타율이 0.286으로 높았는데, 맥과이어도 0.282, NC 에디 버틀러도 0.313의 피안타율을 같은 시점에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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