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권혁(왼쪽)과 삼성 윤성환. 이석우 기자·연합뉴스

지난 2일 삼성 윤성환(38)과 두산 권혁(36)은 나란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윤성환은 사직 롯데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시즌 3승(2패)과 함께 프로통산 130승째를 챙겼다. 권혁은 수원 KT전에서 팀이 7-4로 앞선 7회말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강백호를 땅볼 아웃 처리한 뒤 8회말 마운드를 이형범에게 넘기며 홀드를 하나 챙겼다. 시즌 4번째 홀드이자 통산 150홀드가 기록됐다.

두 투수가 세운 기록은 앞서 달성한 투수가 채 열명도 되지 않는 의미있는 기록들이다. 윤성환의 통산 130승은 프로야구 사상 8번째, 권혁의 150홀드는 사상 2번째 기록이다. 권혁에 앞서 150홀드를 기록한 투수는 통산 홀드 1위 안지만(177홀드)뿐이다. 윤성환의 기록은 리그 현역 투수들 중 배영수(두산·138승)의 뒤를 잇는 성과다. 삼성 한 팀에서만 승수를 이어가고 있어 윤성환의 기록은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윤성환과 권혁이 당장 통산 최다승이나 최다 홀드 신기록을 쓸 수 있으리라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두 투수는 지난해 선수 생활의 큰 고비를 맞은 뒤 올해 반등하며 기록을 늘려나가는 의미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성환은 지난해 개막전 선발의 중책을 맡았으나 시즌 5승9패, 평균자책 6.98로 부진했다. 올 시즌 삼성의 개막 선발 로테이션 구상에서도 빠져있었다. 그러나 윤성환은 올해 승수가 적은 편(3승)일뿐 평균자책(3.70)은 규정이닝을 채운 삼성 투수들 중 가장 좋다. 지난달 8일 대구 NC전에서는 올 시즌 최단 시간 경기(2시간)를 펼치며 완봉승도 품에 안았다.

권혁은 어깨·팔꿈치 재활을 거쳐 지난해에는 9월에야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전 연봉협상 등에서 한화와 갈등을 빚다 스프링캠프 직전 두산으로 이적했다. 권혁이 두산 불펜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육성선수 신분으로 입단한 권혁은 5월 정식선수로 등록된 뒤 팀의 리드 상황에서 적게는 한 타자, 많게는 한 이닝을 막아내는 핵심 불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6경기에 나와 던진 이닝은 11이닝에 불과하지만 이형범, 박치국, 윤명준 등 주요 선수들의 다음가는 홀드를 기록했다. 3·4월은 2군에서 보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적은 개수가 아니다.

윤성환과 권혁은 단순히 숫자만 늘려가고 있지 않다. 올 시즌 소속팀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존재가 됐다. 최충연의 선발 전환이 실패로 돌아간 삼성은 윤성환이 빠지면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가동하기 어렵다. 함덕주와 박치국 등 지난 시즌 활약했던 젊은 불펜들이 올 시즌 부진한 두산에서 권혁이 빠진 상황을 상상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베테랑 선수들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는 현재 리그 흐름 속에서 제자리를 찾아간 둘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