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외인 원투펀치와 영건 토종 선발들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려 중상위권에 안정적으로 안착해 있다. 그러나 팀 내 최다승 투수는 5명의 고정 선발이 아닌 ‘마당쇠’ 우완 김동준(27)이다.
김동준은 지난 2일 광주 KIA전에 선발등판해 5.2이닝 6안타 3실점하며 팀의 6-5 승리에 기여했다. 올 시즌 가장 많은 109개의 공을 던지며 시즌 6승(3패)을 따냈다. 선발 최원태와 안우진, 필승조 한현희를 제치고 최다승 투수가 됐다.
고정 선발이 아닌 투수가 팀 최다승을 기록하는 경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타선이 빈약해 선발투수들에게 충분한 득점을 지원해주지 못하는 경우, 혹은 불펜투수들이 리드를 못지켜 선발투수들의 승리를 무산시키는 경우가 잦으면 선발보다 승수가 많은 구원투수가 나타난다. 그러나 시즌 내내 팀 타율 상위권을 달리고 있고 선발 로테이션도 비교적 안정적인 키움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김동준의 많은 승수는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팀이 필요할 때 빈 자리를 안정적으로 메워준 덕분에 가능했다. 김동준의 승수 중 선발승은 3승, 구원승은 3승이다. 6이닝을 넘게 소화한 경기가 한 번뿐이라 퀄리티스타트도 딱 한 번 기록했으나 전천후로 나서는 김동준의 공헌도를 낮춰볼 수는 없다. 키움이 선발들에게 번갈아 휴식을 부여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실천할 수 있는 건 김동준의 존재가 있어 가능했다.
김동준은 올해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처음 소화하는 안우진과 이승호,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한 최원태가 휴식을 취할 때마다 대체 선발로 나섰다. 제이크 브리검이 계획에 없는 부상을 당했을 때도 선발로 나섰고, 브리검이 부상 복귀전에서 일찍 강판돼도 김동준이 롱릴리프로 긴 이닝을 책임졌다. 선발 투수들이 정상가동 될 때는 필승조에 앞서 팀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등판한다.
김동준은 지난해까지 프로 통산 3승에 그쳤던 투수였다. 2012년 9라운드라는 낮은 순위로 히어로즈에 입단했으나 이내 육성선수로 전환됐다. 2014년 다시 정식선수가 됐고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해결했으나 지난해 33경기에 나오는 동안에도 평균자책이 6점대에 그치는 등 입지가 불안한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투구수의 절반이 넘었던 포심 패스트볼 비중을 올해 10%대로 줄이고 싱커 등 무빙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 구사를 점차 늘리는 등 투구패턴에 변화를 줬고, 제구에도 신경을 쓰면서 안정적인 투수로 거듭났다.
이제 김동준은 다른 투수들의 빈 자리를 메우는 투수에서 팀에서 관리받아야 하는 투수로 그 위치를 일신했다. 장정석 키움 감독도 “김동준의 피로도가 우리 팀에서 가장 심하다는 걸 알고 있다. 관리를 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김동준이 활약한 덕에 팀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동시에 젊은 투수들을 계획적으로 키워내는 게 가능했다는 점을 키움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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