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소비 위축 여파로 경영 악화 이어져 대출 규모 갈수록 ‘눈덩이’
ㆍ은행들 “걱정할 단계 아냐”…일각선 “하반기부터 건전성 우려”
코로나19 여파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개인들의 은행권 대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은행들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대출 수요를 감당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가계와 기업 부실로 인한 건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3일 은행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주요 6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5월 말 기준)은 총 647조7736억원이다. 지난 3월 말 622조131억원에 비해 두 달 사이에 25조7605억원이 증가했다. 은행별로 중소기업 대출액이 가장 증가한 곳은 기업은행으로, 같은 기간 166조5219억원에서 176조4116억원으로 9조8897억원 늘었다.
반면 기업은행을 제외한 5대 시중은행의 5월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3853억원으로 3월(8조949억원), 4월(5조8052억원)과 비교해 대폭 감소했다. 지난 3월과 4월엔 코로나19 영향으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대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었지만 최근 들어 정부의 채권시장 안정 조치 등으로 회사채 시장이 안정되면서 대기업들의 자금 운용에도 숨통이 트인 상태다.
중소기업 대출이 5월에도 줄지 않는 것은 코로나 19 사태로 소비가 위축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면서 급전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를 주문하면서 시중은행들이 관련 대출을 적극 늘리기도 했다. 5개 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1000만원 한도·금리는 중신용 대출 기준 연 3~4%대 수준의 상공인 2차 금융지원 대출을 접수하고 있다.
앞서 4월부터는 신용 1~6등급 소상공인에게 금리 연 1.5%·한도 3000만원 규모의 신용대출도 진행 중이다.
은행권은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줄지 않는 데 대해 당장 느끼는 위험이 크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증가액은 대부분 정부의 보증지원 등을 받은 것들이라 아직 위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은 신용도가 중소기업보다 높다고는 하지만 상환에 문제가 생기면 피해가 크다”며 “중소기업 대출 증가를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규모가 전례 없이 크다는 점을 업계는 다소 우려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수 경기가 살아나야 장기적으로 은행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지금은 은행들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가급적 대출을 해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코로나19가 잠잠해져 내수 경기가 살아날 시기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가올 위험을 관리하겠다며 대출을 축소하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등한시한다는 눈총을 받을까봐 우려하는 은행들도 있다. 리스크가 낮은 우량 중소기업에 낮은 대출금리 등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주거래은행 교체를 권하는 영업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심사 과정에서 부실 가능성을 적절히 판단하고, 대출 시행 후엔 조기경보 시스템을 활용해 부실화 우려를 사전적으로 인지하고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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