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2일]이주열 “중앙은행 역할 확대, 사회적 합의 도출해야”

ㆍ한국은행 창립 70주년 기념사
ㆍ“당분간 통화정책 완화 유지”

미 증시 하락 여파에…코스피 장중 2100선 붕괴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날 코스피 종가가 기록돼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미국 증시 하락 등의 영향으로 코스피는 장중 2100선이 붕괴되는 등 약세를 보였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 위기 대응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달라진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기 전까지 0%대 기준금리를 유지할 뜻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70주년 기념사를 통해 “이번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역할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느냐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발권력은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중앙은행이 지켜야 할 원칙이지만, 이번 위기를 거쳐 중앙은행이 ‘크라이시스(위기) 파이터’로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전 세계 경제 위기가 찾아오자,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정부의 보증을 받아 비금융기관에 대출을 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한은도 정부·산업은행이 꾸린 저신용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와 비은행 금융기관에 전례 없이 직접 대출하기로 하는 등 코로나19를 계기로 역할을 넓혔다. 그럼에도 한은은 개입 결정까지 한발 늦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중앙은행의 준재정적 역할에 대한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며, 정당성은 어떻게 확보할지, 중앙은행의 시장개입 원칙을 어떻게 정립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할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금융불균형이 누적될 가능성에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한 역대 최저 기준금리(연 0.50%)가 당분간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위기 이전에도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밑돌았는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시장 수요 둔화, 저축 유인 증대 등으로 저물가가 가속화될 수 있다”며 “통화정책 운영체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해외 중앙은행의 논의를 주시하며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