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류현진(32·LA 다저스)의 시즌 10승 도전 장소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다. 쿠어스필드는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콜로라도는 LA 다저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해있었고, 당시 다저스 소속의 박찬호가 이따금씩 쿠어스필드 마운드에 올랐다. 그 때도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악명은 여전했다.
이후 코리안 빅리거들 여럿이 쿠어스필드를 거쳤다. 투수들의 통산 성적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박찬호는 통산 18경기(9선발)에 나서 5승(2패)을 따냈으나 평균자책이 6.06에 이르렀다. 류현진 역시 놀란 에러나도를 비롯한 수많은 천적과 콜로라도의 환경적 요인이 겹쳐 4경기에서 3패(1승)를 당했고 평균자책도 7.56으로 높았다. 지난해 중반부터 콜로라도를 홈으로 쓰는 오승환도 27경기 성적이 4승1세이브, 평균자책 6.85로 썩 좋지 않다. 올해 홈 성적이 12경기 평균자책 10.64로 부진한 탓이 크다.
투수들 중 그나마 돋보이는 건 오승환에 앞서 콜로라도에서 뛴 김병현이다. 2005년부터 2007년 초까지 콜로라도에서 뛰었던 김병현은 11승(15패)을 거두는 동안 평균자책이 4.75로 낮았다. 김병현의 메이저리그 통산 평균자책(4.42)과 큰 차이가 없다. 김병현이 원했던 선발로만 한 시즌을 오롯이 보낸 것 또한 콜로라도에서 보낸 2006년이 유일했다. 그 해 김병현의 홈 성적(5승5패 평균자책 4.57)은 원정 성적(3승7패 평균자책 6.78)보다 훨씬 좋았다.
반대로 타자들의 성적은 대체로 좋다. 최희섭은 통산 13경기 타율이 0.250으로 높지 않지만 홈런을 3개 뽑아냈다. 추신수 역시 13경기에서 홈런을 2개 뽑았고, 타율은 0.462에 달했다. 특히 추신수는 2015년 7월22일 쿠어스필드에서 2루타-홈런-단타-3루타를 차례로 기록해 커리어 유일의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수들 역시 진기록을 세웠다. 박찬호가 쿠어스필드에 오를 때마다 다저스에서 선의의 라이벌 관계였던 노모 히데오가 1996년 9월 쿠어스필드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사실이 꽤 자주 언급됐다. 한국 투수들 중에선 김선우가 콜로라도 소속이던 2005년 9월25일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3안타 1볼넷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는 김선우의 메이저리그 통산 유일한 완봉승이기도 했다.
김선우는 그 해 8월9일 또다른 진기록을 남겼다. 콜로라도는 이날 쿠어스필드에서 플로리다(현 마이애미)를 상대로 더블헤더를 벌였는데, 1차전에 김선우가, 2차전에 김병현이 선발로 나섰다. 같은 성씨의 두 선수가 더블헤더 1·2차전에 같은 팀 선발투수로 나란히 등판한 것은 1974년 6월23일 클리블랜드의 게일로드 페리-짐 페리 이후 31년만의 일이었다. 김병현은 선발승을 따냈고, 김선우는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콜로라도는 1차전을 연장 11회 접전 끝에 4-3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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