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포항야구장 1루 더그아웃. 의자 사이 공간에 물이 고여 더그아웃 벽과 천장이 물에 비치고 있다. 포항 윤승민 기자

 

지난 26일 포항야구장에 내린 비는 개장 7주년을 앞두고 있는 구장의 민낯을 밝혔다. 더그아웃을 덮은 지붕과 그 옆을 지나는 배수관에서는 이따금씩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더그아웃 바닥에는 물이 고였는데, 더그아웃 천장이 비칠 정도로 물이 많았다.

그라운드에서도 각 베이스를 중심으로 물이 고인 흔적이 보였다. 마운드와 각 베이스가 방수포로 덮였지만 방수포와 그 주변이 흥건하게 젖었다. 고인 물은 비가 멈추면 걷어낼 수 있다고는 해도 그라운드 상태까지 문제가 있는 듯 했다. 이날 포항 경기 우천취소 결정을 내린 김용달 KBO리그 경기감독관은 그라운드를 살펴보더니 “물이 곳곳에 고인 것도 문제인데 그라운드 잔디 상태가 노후됐다”고도 말했다.

지난 25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전 2회말 도루에 성공한 삼성 박해민의 유니폼과 얼굴에 흙이 묻어있다. 삼성라이온즈 제공

 

지난 25일 열린 경기에서도 포항구장의 그라운드 상태는 눈에 띄었다. 2회말 선두타자 박해민이 1루에 출루한 뒤 2루로 도루하며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세이프 판정을 받고 일어선 박해민의 얼굴에까지 흙이 묻었다. 강명구 삼성 1루코치가 더그아웃에서 수건을 받아 박해민의 얼굴을 닦았다. 박해민이 슬라이딩 과정에서 고개를 땅에 박은 것도 아닌데 보기 드문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만큼 포항야구장의 그라운드 정비 작업이 다른 구장에 비해 완벽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수비 능력은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두산 수비진이 25일 실책을 4개나 범한 것도 포항의 그라운드 사정과 무관치는 않아 보인다. 홈 팀인 삼성의 한 내야수도 “인조잔디 구장인데도 불규칙바운드가 나온다. 우리(삼성) 선수들도 수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인조잔디 구장은 천연잔디 구장에 비해 타구 속도는 빠르지만 불규칙 바운드는 덜한 편이다.

지난 26일 포항야구장 1루 더그아웃에서 바라 본 그라운드. 1루를 덮은 방수포 주변에도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다. 포항 윤승민 기자

 

물론 삼성의 ‘2구장’인 포항구장의 상태는 다른 주요 구장들의 상태가 크게 나아져 상대적으로 낙후해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광주, 대구, 고척, 창원 등 새 구장들이 일제히 문을 열었고, 야구장 및 그라운드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올라가며 전반적인 그라운드 상태 및 구장 시설들이 평균적으로 좋아졌다. 수년전만 해도 포항구장보다 못한 시설에서도 프로야구 경기가 치러졌다. 포항구장에서 아마추어 야구 경기가 많이 열리는 것도 그라운드 상태를 해치는 원인이다..

그럼에도 아쉬운건 포항구장이 2012년 8월에 완공된, 지어진지 10년도 안된 구장인데도 노후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보인다는 데 있다. 현재의 모습보다 더 잘 관리할 수 있었으리란 아쉬움이 지워지지 않는다. 프로야구 경기가 연간 채 10경기도 치러지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포항 및 인근지역 야구팬들에게 더 수준 높은 프로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그라운드 정비 관리를 맡은 지방자치단체가 보다 더 고민해야할 때가 됐다. 프로야구가 최근 수준 논란에 휩싸여 있다고는 하나, 균일한 양질의 그라운드 및 시설의 상태가 선수들의 플레이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 봐야 한다.

포항|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