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환매중단 사태 대응과 전망
1조6700억원어치 환매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이어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도 유동성 부족으로 최대 5000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지 못하는 등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라임과 옵티머스는 펀드 운용 과정에서 투자자 및 판매사를 속이고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뒤늦게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준비 중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의견이 많다. 검사대상의 사모펀드 수는 1만개에 이르는 반면 검사 인력과 권한은 부족하다. 향후 보상을 둘러싼 피해자와 판매사 간 분쟁도 지난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중앙지검, 최대 5000억원대 피해 입힌 ‘옵티머스’ 본격 수사 나서
금융위원장 “1만여개 전수조사”…금감원 노조 “수십년은 걸릴 것”
등록제 변경·개인에 개방 ‘화근’…환매중단 계속 땐 보상 문제 ‘화두’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지난 24~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옵티머스 사무실과 판매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임원들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며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했다. 옵티머스 임직원 및 관계자들이 펀드 자산의 양수와 양도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했다며 이 회사의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 등이 이들을 사기 등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판매사들은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 채권을 펀드 자산의 95%로 편입시켰다고 공언한 것과 달리 비상장사가 발행한 사모사채 등을 몰래 편입했다고 보고 있다.
옵티머스는 운용 과정에서 각종 위법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는다는 점에서 라임과 닮았다. 라임의 임직원과 관계자들은 펀드별 자산을 바꿔가며 돌려막고, 펀드가 투자한 회사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사모펀드 1만여개를 전수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5년 사모펀드 관련 각종 규제를 완화한 후 예고된 사태에 대한 ‘사후약방문’격이라는 평가가 많다. 당시 금융위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면서 운용사가 난립했다. 펀드 간 자전거래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은 펀드 돌려막기의 빌미를 제공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에 대거 진입하기도 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사모펀드는 투자 전문가들을 위한 상품이다. 그럼에도 금융위가 시장 활성화 명목으로 사모펀드를 개인 투자자에게 문을 연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말했다.
감독당국에서는 위법하게 운용된 펀드를 검사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펀드 운용사 및 판매사가 허위 서류를 내놓는다면 조사에 난항이 생긴다”고 말했다. 검찰만큼의 강제력을 동원하기 어려운 금감원이 검사 과정에서 허위 서류를 내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인력도 문제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지난 25일 성명서에서 “5개팀, 32명에 불과한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이 1만개 넘는 펀드를 정밀 검사하려면 수십년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조만간 관계기관과 회의를 열고 사모펀드 검사 인력 증원 등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자본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에 맞서 얼마나 충분한 인력과 권한을 투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계속되면서 보상 문제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라임 펀드는 당국의 권고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보상금 일부를 선지급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선지급액이 적다고 반발하는 반면 판매사들은 피해금액 선지급 규모가 크면 이사진이 배임 행위로 문제 삼을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전에는 비슷한 피해가 발생하면 소송까지 가서 판결이 나온 뒤 피해금액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요즘은 피해 투자자들이 전보다 더 많은 금액을, 더 빨리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추세다. 펀드 피해가 늘어나면 보상 관련 분쟁은 더 많아지고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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