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스페인-모로코전에서 양 팀 선수들이 다투고 있다. 칼리닌그라드 | 로이터연합뉴스

26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스페인-모로코전에서 양 팀 선수들이 다투고 있다. 칼리닌그라드 | 로이터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도입된 비디오 판독(VAR) 시스템이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도 뒷말을 낳았다. 16강에 탈락한 이란과 모로코가 VAR이 포르투갈·스페인에게 유리하게 적용됐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26일 포르투갈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수천달러를 들여서 사람 5명을 앉혀놨는데도 비디오로 팔꿈치 공격을 보지 못한게 말이나 되느냐”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케이로스가 화를 낸 부분은 이날 경기 후반 34분,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이란의 수비수 모르테자 푸르알리간지(알 사드)를 팔꿈치로 가격한 상황이었다. 공을 가진 이란의 골키퍼를 향해 호날두가 뛰려는 것은 푸르알리간지가 몸으로 막았고, 이 때 호날두가 푸르알리간지의 얼굴을 오른 팔꿈치로 가격해 푸르알리간지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이 부분에 대해 주심은 VAR로 판독했고, 결국 호날두는 옐로카드를 받았다. 그러나 이란 선수들은 호날두가 퇴장당했어야 했다며 항의했고, 케이로스도 이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불만을 품었다. 그러면서 “VAR은 심판들이 애매한 판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며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VAR에) 문제가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VAR에 대한 불만은 이란-포르투갈전과 동시에 열린 B조 스페인-모로코전에서도 제기됐다. 모로코는 후반 34분 하킴 지야시(아약스)의 슈팅이 스페인 수비수 제라르 피케(바르셀로나)의 손에 맞고 나온 상황에서 주심이 VAR을 판독하지 않았다. 반면 후반 추가시간 스페인 이아고 아스파스(셀타 비고)의 골이 부심에 의해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지자, VAR을 통해 이를 뒤집었다. 모로코는 아스파스의 골로 2-2 무승부를 허용했다.

아스파스의 골은 VAR을 통해 판정이 정확히 바로잡힌 경우에 속한다. 그러나 모로코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VAR 판독을 실시하지 않는 주심들의 결정에 불만을 품고 있다. 지난 20일 포르투갈전에서는 후반 34분 페널티 지역 안에서 포르투갈 수비수 페프(베식타시)의 손에 공이 맞았는데도 주심은 VAR을 사용하지 않았다. VAR 결정은 전적으로 주심의 권한이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와 코칭스태프들이 항의해도 주심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계속된 분전에서도 VAR을 통한 수혜를 보지 못하자 모로코 선수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모로코의 공격수 누룻딘 암라바트(레가네스)는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를 비추는 방송 카메라에 대고 주심의 VAR 판독 선언을 뜻하는 사각형을 손가락으로 그려 보인 뒤 무어라고 말을 했다. 야후스포츠는 암라바트의 입모양이 ‘빌어먹을 VAR’(VAR is bullsh**)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B조 경기 외에도 VAR을 향한 각 팀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중계화면으로 명백하게 보이는 반칙 장면을 주심들과 비디오 판독관들이 그냥 지나치고, 이것이 축구 강국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당장 한국도 지난 24일 멕시코전에서 엑토르 에레라(포르투)가 기성용으로부터 공을 뺏는 상황에서 범한 반칙을 VAR로 판독하지 못했다며 FIFA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한 번의 패배가 탈락으로 직결되는 토너먼트에서는 VAR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 커졌지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