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라다멜 팔카오가 25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폴란드전 후반 25분 추가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카잔 | AP연합뉴스

콜롬비아의 라다멜 팔카오가 25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폴란드전 후반 25분 추가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카잔 | AP연합뉴스

후반 30분, 왼쪽 측면에서 중앙선을 막 넘기 직전,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의 발을 떠난 공이 횡으로 그라운드를 가로질렀다. 공의 종착지는 종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던 후안 콰드라드(유벤투스)의 발 앞이었다. 콰드라드는 다시 공과 함께 한참을 달렸다. 페널티 지역에 이르러 공은 다시 콰드라도의 오른발을 떠났고, 폴란드의 골망을 출렁이고서야 멈췄다. 월드컵 16강을 향한 폴란드의 여정도 사실상 여기서 멈췄다.

콜롬비아가 폴란드를 꺾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H조에서 기사회생했다. 반면 폴란드는 유럽팀 중 가장 먼저 16강행이 좌절됐다. 콜롬비아는 25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폴란드에 3-0 대승을 거뒀다.

지난 19일 일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내내 10명이 싸웠던 콜롬비아는, 11명이 뛰자 경기장을 어렵지 않게 점유했다. 폴란드는 큰 키의 수비수들이 촘촘하게 페널티 지역을 에워쌌지만, 콰드라도가 부지런히 오른쪽 측면을 헤집었다. 후안 퀸테로(리베르 플라테)와 로드리게스 역시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때로는 돌파로, 때로는 스루패스로 폴란드를 공략했다.

끊임없는 공격은 전반 40분 열매를 맺었다. 오른쪽에서 로드리게스의 짧은 코너킥이 퀸테로에게 연결됐다. 퀸테로는 문전으로 올릴 듯 하다 왼발로 로드리게스에게 패스했다. 모두가 놓친 사이 로드리게스는 문전으로 살짝 공을 띄웠고, 194㎝의 장신 센터백 예리 미나(바르셀로나)가 골키퍼 앞에서 헤딩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후반 초반 폴란드는 반격에 나섰다. 폴란드가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수비진영에서 한 번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을 향해 올려준 공을, 레반도프스키가 짧게 트래핑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기까지 했다. 콜롬비아 골키퍼 다비드 오스피나(아스날)가 슈팅을 겨우 막은 후 고통을 느끼며 몸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나 다음 골은 콜롬비아에게서 나왔다. 잠시 뜸했던 연계와 스루패스가 살아났고, 단번에 분위기를 바꿨다. 오른쪽에서 중앙에 있던 퀸테로에게 공이 전달되자, 퀸테로는 폴란드 수비와 일직선상에 서 있던 라다멜 팔카오(모나코)를 향해 바로 공을 찔러넣었다. 팔카오는 일순간 공을 향해 날렸고, 폴란드 골키퍼 보이지에흐 슈체스니(유벤투스)와 마주하자 오른발등으로 공을 낮고 빠르게, 골문 왼쪽 구석으로 꽂아넣었다. 십자인대 부상 끝에 뒤늦게 월드컵에 데뷔한 팔카오의 데뷔골이 후반 25분, 중요한 순간에 터졌다.

후반 30분 콰드라도의 추가골이 터지자, 카잔 아레나는 콜롬비아의 홈구장인 것처럼 노란물결로 출렁였다. 러시아와 근거리에 있는 폴란드는 적잖은 자국 축구팬들의 눈 앞에서 마지막 힘을 쥐어짰지만 역부족이었다. 레반도프스키를 향해 좋은 패스를 좀처럼 연결해주지 못했고, 어느 누구도 해결사가 되어주지 못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일본에 분패를 당한 콜롬비아는, 이번엔 강호 폴란드에 대승을 거두는 또다른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 폴란드는 유럽 국가들 중에서, 그리고 톱 시드를 받은 8개국 중에서 가장 먼저 16강에서 떨어지는 불명예를 안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