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귀국하면서 이낙연계 정치인들이 이 전 대표 역할론을 띄우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공항 입국장 발언이 이전과 달리 강렬했다는 점을 들어 이 전 대표가 평소 이미지대로 신중하게 움직이기보다 당 안팎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한 발언을 두고 “앞으로의 정치적인 행보에 대한 본인의 각오, 의지를 표출하신 것”이라며 “사실 이 부분은 저도 예상을 못 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입국장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저의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여러분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 전 대표) 본인이 결국은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 이런 각오가 있지 않았나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신중하게 잠행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현실 정치 활동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윤 의원은 이 전 대표의 동아일보 기자 후배이자 2021년 민주당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전 대표 캠프 정무실장을 맡은 대표적인 이낙연계 의원이다.

신경민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본격적인 정치 등판 시기에 대해 “그렇게 긴 시간을 침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전 대표의 이미지인 엄중·신중만 하고 오래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2021년 대선 경선 때 이 전 대표 캠프 상임부위원장이었다. 신 전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정치 활동이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재명·이낙연 지지자 간 갈등을 촉발하지 않겠냐는 평가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아직 귀국 후 일정을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낙연계 정치인들이 이 전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를 직·간접적으로 촉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조만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국립서울현충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 광주 5·18 민주묘역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도 찾는다.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 관련 강연 일정도 진행한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공지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설훈·김철민·박영순· 윤영찬 민주당 의원과 신경민 전 의원 등 이낙연계 정치인들과 만찬을 하며 자신의 역할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서울 종로구 자택 인근에 사무실도 새로 마련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나 리더십 문제가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오르면 이 전 대표가 정치 전면에 서는 시기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윤 의원은 “(이 전 대표) 본인이 어떤 길을 가게 될 거냐는 건 본인의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의 상황과, 당이 얼마나 이낙연 대표에게 공간을 열어주고, 그분에 대해서 어떤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부분들이 분명해져야 되겠다”라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