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요키시(30·키움)에게 지난 9일 잠실 두산전 완봉승은 요키시 본인에게도 의미있는 승리였다. 자신의 한국 무대 첫 완봉승을 무사사구 완봉승으로 달성했다. 경기 중반까지 수준급의 피칭을 선보이다가도 후반부에 흔들리며 난타당하는 투수라는 인식을 뒤집을 계기를 마련했다.
9일 경기 이전까지 요키시는 76~90구 상황에서 피안타율이 0.409, 피장타율이 0.591에 달했다. 그러나 9일에는 7회를 투구수 78개로 마친 뒤, 남은 2이닝을 삼진 2개 포함 퍼펙트로 막으면서 키움의 4-0 승리를 지켜냈다. 지난 4일 고척 SK전 선발 등판 뒤 평소보다 하루 적은 4일을 쉬고도 시즌 최고 투구를 선보여 기쁨은 더 컸다. ‘경기 후반 흔들리는 요키시를 공략한다’는 대책을 세웠을 다른 팀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는 호투였다.
요키시가 긴 이닝을 던져 얻은 승리는 소속팀 키움에게도 희망을 가져다줬다. 키움은 지난해 선발투수들의 투구 이닝이 가장 많았던 팀이다. 선발투수들이 144경기에서 도합 815.2이닝을 던졌다. 불펜의 양과 질이 좋은 편이 아니라 선발을 오래 끌고간 영향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외인 투수들의 이닝 소화능력이 좋았다. 지난해 전체 투수들 중 투구이닝 1위(199이닝)였던 제이크 브리검뿐 아니라,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 도중 이탈했던 에스밀 로저스(13경기 83이닝), 그의 대체자였던 에릭 해커(선발 13경기 78.2이닝)도 모두 선발등판시 평균 6이닝 이상은 책임져줬다.
올해 키움은 여전히 준수한 5인 로테이션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닝 소화능력은 조금 떨어졌다. 67경기에서 378.2이닝을 던져 선발투수 경기당 평균 이닝이 4위다. 키움이 토종 선발진을 최원태-이승호-안우진으로 꾸린 대신 이들을 번갈아 1군 엔트리에서 빼며 휴식을 부여하는 등 관리모드에 돌입한 영향이 있다. 문제는 외인 투수들이 지난해보다 오래 버텨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많은 이닝을 책임졌던 브리검은 올 시즌 경기 중 어깨와 햄스트링 부상을 한 차례씩 호소하며 1군 엔트리에서 두 차례 빠졌다.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재발 우려 때문에 11경기에서 58.1이닝을 투구하는 데 그쳤다. 요키시의 경기 후반 운영 능력에도 물음표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영건들이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자주 투입된 불펜 투수들을 외인 투수 경기에선 아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대체 선발로 호투하며 다른 투수들이 휴식할 수 있게 도왔던 우완 김동준도 지난 8일 두산 잠실전 투구 도중 상대 타구에 오른손을 맞아 팔뚝 안쪽 척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투수 운용이 어려울 수 있던 키움은 요키시가 새로운 모습을 보이며 한 숨을 돌렸다.
요키시는 9일 완봉승을 거둔 뒤 “그간 초반부터 변화구를 많이 던지면서 투구 패턴이 읽혔던 게 문제”라고 했다. 후반에 무너지던 원인을 파악한만큼 앞으로 요키시가 더 긴 이닝을 소화한다면 키움의 투수 운용도 수월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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