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이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LG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투수 이승호(왼쪽)과 둥글게 둘러 서 기뻐하고 있다. 키움히어로즈 제공

 

4월까지 선발로 나선 6경기에서 매번 5이닝 이상을 책임졌던 키움 좌완 이승호(20)는 5월 첫 등판이던 지난 2일 문학 SK전에서 4이닝 7실점(6자책)으로 올해 가장 부진한 피칭을 선보였다. 패전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풀타임 선발 첫 시즌 초반 보였던 꾸준한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지 작은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승호는 이어진 선발등판에서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그 작은 우려마저 지워버렸다. 이승호는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LG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6안타 4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6-0 승리를 이끌고 프로 데뷔 첫 완봉승을 달성했다.

이승호는 1회초 선두타자 이형종에게 볼넷을 내준 뒤 김현수와 유강남에게 안타를 맞아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타석엔 전날 경기에서 5타수 4안타 맹타를 휘두른 이천웅이 섰다. 그러나 이승호는 이천웅에게 느린 커브를 던져 좌익수 뜬공을 유도해 내 실점 위기를 넘겼다. 이승호가 이날 맞은 처음이자 가장 큰 위기였다.

키움은 위기를 벗어난 뒤 바로 1회말 선취점을 뽑았다. 이정후의 중전안타, 김하성의 좌익수 앞 2루타로 무사 2·3루 기회를 잡은 뒤 이어진 제리 샌즈의 유격수 땅볼 때 이정후가 홈을 밟아 1-0으로 앞섰다.

키움의 이어진 공격도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1회 이어진 1사 2루에서 박병호가 3루 땅볼, 장영석이 삼진으로 물러나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3회 1사 1·2루 기회도 무위에 그쳤고, 4회에도 첫 두 타자가 아웃됐다. 그러나 임병욱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상황이 반전됐다. 이어 이지영이 전진수비하던 LG 우익수 이형종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쳐 키움은 한 점을 더 보탰다. 이어 허정협이 좌익수 앞 적시타로 3-0까지 달아났다. 위태롭게 투구를 이어가던 LG 선발 장원삼은 끝내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승호도 그새 안정을 찾은 듯 빠른 템포로 이닝을 소화해갔다. 2·3회를 삼자범퇴 처리하며 안정감을 찾았다. 5회와 8회에는 2사 후 2루타를 맞아 실점을 허용하는 듯 했으나, 다음 타자를 바로 범타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 사이 키움의 홈런포가 이승호의 어깨를 더욱 가볍게 했다. 5회말 1사 후 박병호가 시즌 9호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8회에는 2사 3루에서 김하성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포를 터뜨렸다.

8회까지 93개를 던진 이승호는 9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유강남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다음타자 이천웅에게 유격수 앞 병살타를 유도해 완봉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이어 맞이한 류형우를 삼진처리한 뒤 이승호는 마운드 위에서 번쩍 뛰며 자신의 첫 완봉승을 자축했다.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 프랜차이즈 사상 8번째 완봉승이자, 최연소 완봉승(20세 3개월)이 완성됐다.

이승호는 경기 후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오늘 잘 던지겠다고 전화드렸는데, 부모님께 좋은 선물을 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8회 이후에 벤치에서 상태를 물으시며 ‘완봉하고 싶지 않냐’고 물으셨는데, ‘꼭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며 “제 컨디션이 좋기도 했지만 수비들이 위기 때마다 호수비로 잘 막아줘 완봉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