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LG-키움전 도중 키움 이승호와 박병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키움히어로즈 제공

 

키움 이승호(20)가 지난 8일 고척 LG전에서 달성한 팀 프랜차이즈 사상 최연소 완봉승(20세 3개월)의 뒤에는 팀이 오랫동안 이어왔던 여러 트레이드가 얽혀있었다.

승리의 주인공 이승호부터가 트레이드로 영웅 군단에 합류했다. 이승호는 2017년 KIA에 2차 1라운드 지명된 유망주였으나 고등학교 때 입은 부상을 재활하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 때 우승에 도전하던 KIA는 당시 넥센의 마무리 출신이던 김세현을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이승호를 내줬다. 

이승호의 잠재력에 희망을 걸었던 히어로즈는 이듬해부터 트레이드 효과를 누렸다. 이승호는 지난해 1군에 데뷔해 정규시즌 32경기에서 1승3패, 4홀드, 평균자책 5.60으로 가능성을 선보인 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깜짝 선발로 나서며 활약했다. 올해 키움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 8번의 등판에서 6차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완봉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결실까지 맺었다. 

이승호가 평소 ‘빛지영’이라고 칭하는. 이승호의 완봉승을 리드한 단짝 포수 이지영(33)도 트레이드로 키움에 합류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SK와 삼성, 키움이 보기 드문 삼각 트레이드를 벌였고, 강민호의 합류 이후 삼성에서 비중이 줄었던 이지영이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 박동원이 1군에 합류하면서 이지영의 팀 내 비중은 시즌 전 예상보다 조금 줄긴 했지만 공·수를 가리지 않고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8일 현재 타율은 0.322에 달하고, 타점은 중심타선의 서건창과 나란히 12개를 기록 중이다.

8일 경기에서도 이지영은 결정적인 타점과 득점을 올렸다. 1-0으로 근소하게 앞서던 키움은 4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이지영이 우익수 키를 넘기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려 2-0으로 도망갔다. 이지영은 다음 타자 허정협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3-0을 만들었고, LG 선발 장원삼이 마운드에서 내려오며 키움이 유리한 고지를 잡을 수 있었다.

LG의 추격 가능성을 한풀 꺾은 것은 5회말 나온 박병호(33)의 솔로 홈런이었다. 공교롭게도 박병호야말로 히어로즈의 ‘원조’ 트레이드 성공사례다. 박병호가 2011년 심수창과 함께 2대2 트레이드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을 때까지만해도 박병호보다 심수창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박병호는 트레이드 직후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고, 이듬해부터 매년 빼놓지 않고 30홈런을 치는 리그 최고의 거포로 거듭났다. 주인공 이승호뿐 아니라 주인공을 도운 조력자들도 모두 히어로즈가 트레이드를 통해 불러모은 선수들이었다.

심지어 주인공의 반대편에서 선 상대 선발 장원삼(36)도 히어로즈발 트레이드하면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장원삼은 히어로즈가 2008년 창단한 이래 가장 먼저 완봉승을 기록한 투수였다. 이듬해까지 팀의 에이스로 꿋꿋이 버텼으나 2010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현금 및 선수 2명과 함께 트레이드됐다. 당시 트레이드는 히어로즈가 현금 마련을 위해 주축 선수를 무더기로 팔아 넘긴다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장원삼의 트레이드 상대 중 한 명인 김상수가 키움의 주장으로 자리매김한 것, 사실상 대체선발로 등판한 장원삼이 3.2이닝만에 물러난 것은 세월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