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경기당 홈런, 2.33개 역대 최다
ㆍ1985년 이후 최소 희생번트 수
ㆍ한화·LG ‘스몰볼’ 감독 떠나고 선수들 최신 ‘타격 이론’ 습득

뜬공을 ‘발사’하라…한국 야구도 ‘빅볼 시대’

한국 야구를 힘을 앞세운 미국식 야구와 일본식 현미경 야구를 접목한 것으로 표현하던 때가 있었다. 국내 프로야구에 강공으로 점수를 내는 ‘빅볼’과 희생번트와 도루로 대표되는 ‘스몰볼’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프로야구 트렌드는 점차 빅볼로 수렴해가고 있다. 올 시즌에는 그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홈런은 역대 최다, 희생번트는 1985년 이후 최소 기록이 나올 기세다.

2018시즌 프로야구가 지난 7일까지 총 177경기를 치른 가운데 10개 팀이 총 412개의 홈런을 쳤다. 경기당 2.33개꼴로 역대 최고 페이스다. 

시즌 개막 직후의 폭발적인 홈런 페이스가 언젠가는 꺾이리란 예상도 있었지만, 5월 첫 주(1~6일) 경기당 2.65개의 홈런이 나왔다. 시즌의 약 4분의 1이 지났지만 흐름은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다였던 홈런 기록(1547개)이 올해 다시 경신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시즌 177경기에서 나온 각 팀의 희생번트는 118개다. 경기당 0.67개에 불과하다. 2015시즌 경기당 1.16개였던 희생번트는 이듬해 0.90개로 줄더니, 지난해(0.83개)와 올해 잇따라 감소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시즌 720경기로 환산하면 리그 전체 희생번트 수는 480개가 된다. 전체 희생번트 수가 500개 미만이던 때는 프로야구단이 6개뿐이던 1985년 이후 없었다. 도루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올 시즌 경기당 도루는 1.27개로 지난 시즌(1.08개)보다는 늘었지만, 역시 2015시즌(1.67개)과 2016시즌(1.47개)보다는 감소했다. 

홈런 수 증가와 희생번트 수 감소로 읽을 수 있는 빅볼의 확산은 지난해에도 있었지만 올해는 더 두드러진다. 우선 스몰볼 중심의 야구를 하는 감독이 없다. 지난해 희생번트 1위 팀 한화(85개)와 공동 2위 팀 LG(76개)는 올 시즌 새 감독을 맞이했다. 공교롭게 선 굵은 야구와 거리가 멀었던 두 감독이 팀을 떠나며 팀 스타일에 변화가 생겼다. 

한화의 변화가 극적이다. 올 시즌 34경기를 치르는 동안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4개의 희생번트만 댔다. 현 감독들 중 최고령인 NC 김경문 감독도 빅볼을 선호한다. 스몰볼을 즐겨하는 감독은 자취를 감추었다. 

최신 야구 트렌드를 선수들과 각 팀이 받아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몸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아 비시즌부터 식단 조절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키우고 있다. 장타를 위한 타구의 발사각을 중요시하는 ‘뜬공 혁명’ 바람을 구단과 선수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KT는 아예 팀 차원에서 최신 타격 이론을 적극 수용해 팀 홈런 2위(51개)의 홈런군단으로 거듭났다. 선수들도 인터넷 영상을 통해 메이저리거들의 스윙과 최신 타격 이론을 보다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시즌이 막판으로 치달아 순위 다툼이 치열해지면 번트와 도루가 늘겠지만, 프로야구를 관통하는 큰 흐름이 바뀐 건 분명해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