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정상치 훨씬 웃도는 괴리율
ㆍ유가 상승해도 투자 손실 위험
ㆍ당국, 단기조정 대신 지켜볼 듯

레버리지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이 거래 재개와 정지를 반복하고 있다. 정상치를 훨씬 웃도는 괴리율 때문에 유가가 상승해도 투자 위험이 큰데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 인도분 배럴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0.45% 급등한 24.56달러에 마감했다. 직후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레버리지 원유 ETN 4종의 거래가 재개됐다.

한국거래소는 괴리율(시장가치와 지표가치의 격차)이 30%가 넘어, 많게는 세 자릿수에 이르러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지난달 27일 거래 후 레버리지 원유 ETN 거래를 3거래일간 중단한 바 있다.

유가가 오른 만큼 6일 해당 상품들의 괴리율 하락이 예상됐으나 거래정지 기준치인 ‘30%’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괴리율이 479.90%로 가장 높았던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괴리율이 하락했음에도 263.36%에 이르렀다. NH투자증권의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괴리율도 360.36%에서 259.23%로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일부 상품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괴리율이 되레 더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괴리율이 낮았던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175.50%에서 182.54%로,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은 53.24%에서 78.83%로 각각 올랐다. 해당 상품들은 3거래일 뒤인 오는 12일 거래가 재개된다.

괴리율이 워낙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 데다 투자자가 줄지 않으면서 시장가격은 유가보다 여전히 높게 형성돼 있다. 미래에셋 상품은 주당 가격이 1270원에서 2030원으로 59.8%나 올랐다. 이 때문에 레버리지 원유 ETN의 ‘하루 거래 후 3거래일 정지’는 당분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등 당국은 한때 증권사에 괴리율이 높은 ETN을 자진 청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단기 대책 등을 논의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ETN 가격이 급락하면 괴리율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시장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ETN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가격 폭락 시 손해를 보는 부작용 등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당국은 ETN 가격을 단기에 조정하는 대신 거래정지가 반복되더라도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이 빠지거나 유가가 올라 괴리율이 줄어드는 상황을 기다리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상화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산유국의 이해타산에 따라 유가는 언제든 크게 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괴리율이 정상화되지 않더라도 원유에 장기간 투자해야겠다는 심리가 여전히 큰 것 같다”며 “레버리지 원유 ETN은 여전히 손실 위험이 큰 상품이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