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주요국들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금융지표 안정세
ㆍ미·중 무역갈등 재점화와 코로나 재확산 여부 ‘불씨’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대규모 경기부양에 힘입어 최근 반등했으나 일각에선 ‘제2의 금융시장 불안’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국 금융지표 회복세는 뚜렷하지만 실업률 등 실물지표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 및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 등 잇따른 악재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 미·일 등 주요국 증시를 보면 미국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지난 3월23일 저점을 찍은 후 30%가량 회복했다. 기술주 중심인 미국 나스닥지수는 올해 하락분을 모두 상쇄했다. 17000선까지 하락한 일본 닛케이225 평균 주가도 8일 20000선을 회복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회복 속도는 주요국에 비해 가파르다. 코스피는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 등으로 3월19일 저점 대비 34% 반등했다. 코스닥도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에도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이유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선제적인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제때 대응하지 못해 위기가 확산됐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각국 중앙은행이 그때 얻은 교훈을 잊지 않았다”며 “시장에서는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중앙은행이 돈을 풀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멈춰 있던 생산활동이 재개만 된다면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V자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통제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역할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부의 재정정책 활용에 대한 의지가 국가 간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표 반등과 달리 실물경제 지표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실업률이 세계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14.7%를 기록한 데다 미국 제조업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4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41.5로 전월(49.1)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과 유로존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예상치를 밑돌았다. 금융지표와 실물지표의 괴리가 커진 상황에서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등 악재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 유행에 대해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대중국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호주와 인도 등은 최근 대량실업과 기업 연쇄부도 등의 우려가 커지자 그간 유지했던 봉쇄를 부분적으로 완화했다. 아직 항체 생성률이 낮은 상황에서 이처럼 봉쇄조치를 완화할 경우 대규모 2차 감염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1918~1919년 발생한 스페인독감도 2차 감염 유행 때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한 바 있다.
꾸준히 반등을 시도하고 있는 국내 증시는 이 같은 대외적인 변수에 이어 ‘이태원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까지 더해지면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국 증시와 연계성이 큰 국내 증시의 경우 대내외 코로나19 2차 감염이 현실화될 경우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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