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ETN 4종 모두 거래정지되자 유사한 ETN·ETF로 투자 대거 쏠려
ㆍ수익·위험성 상대적 작아도 ‘롤오버 상품’ 특성상 신중한 투자 필요
원유시장의 급격한 불확실성 확대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이 ‘레버리지 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 상품 투자에 대한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음에도 또 다른 원유 관련 ETN 및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유시장이 과열되고 유가는 널뛰고 있지만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적 매수세가 줄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원유 관련 상품은 유가가 오른다고 해서 반드시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어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된 ‘원유 선물 ETN’ 4종의 일일거래대금은 총 395억1100만원에 달했다. 전날(180억8700만원)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전주(4월13~17일)의 일평균 거래대금과 비교해 무려 16.4배나 많다. 유가 하락폭의 2배만큼 수익을 얻는 ‘레버리지 인버스 원유 선물 ETN’ 3종의 24일 일일거래대금은 3405억1400만원으로, 역시 전주 일평균(248억2200만원)의 13.7배에 달했다.
이런 현상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9일 ‘레버리지 원유 선물 ETN’ 관련 소비자 경보를 내리고 이후 한국거래소가 거래정지 조치를 내린 후에도 두드러졌다. 괴리율(시장가격 및 지표가치의 차이)이 30% 넘은 레버리지 원유 선물 ETN 4종 중 3종이 지난 16일 거래정지된 데 이어 23·24일에는 4종 모두 거래정지됐다. 그러자 유가를 추종하는 또 다른 ETN과 ETF에 투자금이 쏠렸다.
레버리지 상품이 아닌 ETN과 ETF는 수익률이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최근 유가 변동폭이 큰 데다 해당 상품들은 대부분 원유 선물을 ‘롤오버’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롤오버는 매달 원유 선물 만기가 다가오면 투자자들이 ‘최근월물’을 팔고 ‘차근월물’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만기가 늦은 선물일수록 보관 비용 등의 변수가 있어 더 비싸다. 상대적으로 싼 원유를 팔고 비싼 원유를 사들이는 식이라 ETN과 ETF가 롤오버할 때는 별도 비용이 발생한다. 향후 투자수익은 유가 상승분에 못미칠 수 있다.
ETN·ETF 운용사가 운용방식을 임의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3일 자사의 ‘코덱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원유 선물 ETF’에 원유 선물 6월물뿐 아니라 7·8·9월 등 만기가 늦은 선물을 추가 편입해 운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원유 선물 변동성 탓에 취한 조치라는 게 회사 설명이지만 해당 상품 투자자들은 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삼성자산운용이 임의로 종목을 구성해 손해를 봤다”는 글을 올렸다. 23일 해당 상품의 가격은 4.29% 올랐는데,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날 거래된 WTI 6월 인도분 가격 상승폭(19.1%)에 못미쳐 기대보다 수익이 줄었다는 게 이유다.
금감원은 지난 23일 또 ‘위험’ 수준의 소비자 경보를 내리면서 범위를 원유 관련 ETN에서 ETF로 확대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익을 내고 싶다는 조급증에 유가 관련 상품에 투자자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롤오버하는 상품의 특성상 수익이 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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