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 박병호 등 키움 선수들이 지난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지난해 넥센(현 키움)은 시즌 초중반 제대로 된 베스트라인업을 가동할 수 없었다. 이정후와 서건창, 박병호, 김하성 등 주축 타자들이 돌아가며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고, 외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도 들쭉날쭉한 성적으로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송성문과 김혜성, 임병욱이 성장하고 대체 선수로 들어온 제리 샌즈가 활약하지 않았다면 넥센은 여름과 가을에도 주전들의 부상 후유증에 시달릴뻔했다.
올해 키움은 시즌 초반 지난해와 달라진 타선의 힘을 느끼고 있다. 지난 5일 어린이날 고척 삼성전을 승리하면서 8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한 키움은 최근 치른 세번의 3연전 총 9경기를 상위·중심타순을 고정한 채 치렀다.
시즌 초반 잠시 주춤하는 듯 했던 이정후가 부동의 1번 자리를 맡고 있다. 키움의 강한 2번으로 자리 잡은 김하성을 필두로 클린업 쿼텟이 뒤를 잇고 있다. 박병호가 오래도록 자리해왔던 4번 자리에 다시 돌아왔고, 앞 타순은 샌즈가, 뒷 타순은 올해 몇단계 업그레이드 된 장영석이 받치고 있다. 2~5번에 줄줄이 배치된 오른손타자들에 이어 6번 타순을 좌타자 서건창이 지키면서 키움 타선은 좌·우 균형을 이루고 있다.
고정된 타순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며 득점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다. 3번 샌즈와 4번 박병호는 스스로 안타를 생산하는 능력도 빼어날뿐 아니라 볼넷을 잘 골라 걸어나기까지 한다. 6일 현재 리그 타자들 중 볼넷 1위(샌즈·24개)와 2위(박병호·23개)인 두 타자는 출루율도 각각 1위(0.486·박병호)와 4위(0.444·샌즈)를 기록 중이다. 김하성의 출루율도 0.418로 7위다. 그러면 득점권 타율 2위(0.423)인 장영석이 이들을 불러들인다. 장영석은 김재환(두산)보다 더 많은 38타점으로 현재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활약이 미진했던 1번 이정후와 6번 서건창도 최근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정후는 아직 타율이 3할에 못미치지만(0.293) 최근 10경기 타율은 0.362(47타수 17안타)로 높다. 서건창 역시 시즌 타율(0.275)에 비해 최근 10경기에서 더 높은 타율(0.325·40타수 13안타)을 기록중이다.
키움은 타순을 고정한 동안에도 주전 선수들이 조금씩 쉬어갈 수 있는 나름의 수까지 마련해 뒀다. 타순이 고정된 9경기에서 ‘1~6번’ 6명은 최소 한 번씩 지명타자로 경기를 뛰었다. 내야에는 송성문과 김혜성 등이, 외야에는 김규민과 허정협 등이 이들을 대신해 수비에 나설 수 있기에 타자들이 번갈아 수비를 쉬며 체력을 비축할 수 있다. 김하성은 수비 부담이 유격수보다 덜한 3루수로 나서는 비중이 늘었고, 장영석도 3루수와 1루수로 번갈아 서며 키움 벤치가 야수 운용을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부상이라는 변수만 조심한다면 무서운 타력을 바탕으로 한 키움의 상승세는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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