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내야수 김민성(30)은 지난 주말을 전후해 풍파에 흔들리는 팀의 새 주장이 됐다. 넥센은 2016시즌부터 주장을 맡았던 서건창(29)에게 올해 다시 완장을 맡겼지만 서건창은 부상으로 1군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김민성이 임시 주장을 맡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간 가교 역할을 했지만, 장정석 감독은 서건창의 부상이 길어지자 김민성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임시’라는 꼬리표를 떼줬다.
장 감독은 “겨우 며칠 만에 내린 게 아니다. 모든 코칭스태프들이 머리를 맞대고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건창과도 이야기를 했다. 건창이에겐 부상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민성은 아직 복귀 일정이 가시화되지 않은 서건창이 다시 돌아와도 주장직을 유지하게 된다.
시기가 예사롭지 않다. 넥센의 트레이드 ‘뒷돈 파문’이 불거졌고, 그 전에는 주전 포수와 마무리 투수가 성범죄 사건에 연루됐다. 김민성에게는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지난 30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김민성은 “사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야구만 편히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구는 매일 하고, 그만큼 선수들의 기분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팀에 위기가 닥쳤기 때문에 특별히 더 결속력이 좋아지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수들이 몸가짐을 조심해야겠다는 자각은 했겠지만, 분위기는 한결 같았다”고 말했다. 넥센은 올 시즌 특히 ‘원 팀’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는 안타를 치고 출루한 타자가 더그아웃을 향해 깍지를 들어보이는 세리머니를 매경기 선보이고 있다.
김민성은 지금의 위기 극복을 위해 “선수들끼리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먼저 나누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다짐이 통했을까. 넥센은 김민성을 정식 주장으로 정한 뒤 처음 치른 KIA와의 원정 3연전 중 2경기를 먼저 잡아 위닝시리즈를 확정했다.
지난 29일 경기 중에는 주장의 면모가 잘 나타났다. 7회말이 끝나고 선발 에스밀 로저스가 KIA 안치홍과 신경전을 벌이자, 김민성은 글러브로 로저스의 등을 툭툭치며 더그아웃으로 보내 불필요한 갈등을 막았다. 김민성은 “별 큰 일도 아닌데 로저스가 서 있길래 들어가라고 했을 뿐”이라며 멋적게 웃었다.
김민성은 주장을 ‘한 가지 목표를 팀원들이 함께 바라볼 수 있게 유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지금 팀이 목표로 할 것은 흔들리지 않고 승리를 쌓아가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는 건 김민성 자신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김민성은 올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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