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한화전에서 6회초 수비를 마친 한화 장민재가 호수비를 해낸 정은원을 항해 엄지를 들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프로 통산 120승 투수 출신인 한용덕 한화 감독은 입버릇처럼 ‘공격적인 투구’를 주문한다. 올 시즌 한화의 주요 셋업맨 역할을 하던 박상원을 지난 25일 2군으로 내려보낸 이유로 ‘도망가는 피칭’을 꼽을 정도다. 투수들에게 자신의 공을 믿고, 과감하게 던지라는 주문을 자주 한다.

장민재(29·한화)는 올 시즌 그 주문을 가장 잘 실천하는 투수다. 최고구속이 140㎞를 겨우 넘거나 때로는 못미친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해야겠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마운드에 오른다. 그의 공격적인 투구는 기록으로 나타난다. 장민재의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이 5.46에 달한다. 28일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두산 조쉬 린드블럼(6.00)에 이어 2위다. 9이닝당 볼넷도 KT 라울 알칸타라, 린드블럼 다음으로 적다.

공격성만큼은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승수나 평균자책 등 다른 지표는 리그 최고 에이스들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장민재는 한화에서 가장 믿음직한 선발투수가 됐다. 28일 대전 KIA전에서 8이닝 9삼진 무실점 호투하면서 시즌 6승(1패)을 따냈다. 올 시즌 한화 팀 최다승 투수가 됐고,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가운데 자신의 커리어 한 시즌 최다승 기록 타이를 이뤘다.

경기 후 장민재는 “이날 속구를 던지면서, 스트라이크존 좌우와 코너를 적절히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면서 “특히 몸쪽 승부에 집중했다. 몸쪽 승부를 잘하면 변화구 1개 이상을 추가로 익힌 효과가 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조금씩 쌓여가는 승수에 대해서는 “연연하지는 않으려 하지만 조금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삼진 기록에 대해서는 “삼진을 얼마나 잡았는지 잘 모른다. 삼진 개수는 신경을 안썼다”고 했다. 삼진을 잡으려다 보면 투구수가 많아지고 경기 운영도 힘들어지기에 장민재는 “삼진보다 최대한 ‘3구 이내 승부’를 본다는 생각”만 하며 공을 던졌다. 이는 공격적인 피칭과도 맥이 닿는다.

올 시즌 그의 주무기로 떠오른 포크볼이 공격적인 투구를 가능하게 한다. 포크볼이 타자를 혼란시키니 빠르지 않은 속구도 위력을 발휘한다. KIA를 상대로는 투구패턴의 변화까지 주면서 타선을 교란시켰다. 포크볼을 초반에는 결정구로 잘 쓰지 않다가 중반부터 위닝샷으로 즐겨 썼고, 막판에는 속구도 함께 결정구로 쓰면서 시속 130㎞대 속구에도 KIA 방망이가 헛돌았다. 여기에 ‘시속 150㎞의 공이라도 얼마든지 안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더해 장민재는 과감하게 공을 뿌릴 수 있다.

대선배들의 조언도 장민재를 공격적인 투수로 만들고 있다. 한용덕 감독과 송진우 투수코치뿐 아니라 그의 멘토인 류현진(LA다저스)도 올 시즌 가끔 연락을 주고 받으며 ‘볼넷을 내주느니 안타를 맞으라’고 장민재에게 조언한다고 했다. 장민재는 이런 주문을 바탕으로 몸소 좋은 성적을 내고, 또 팀 후배이자 함께 선발진을 이루는 김민우·김범수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으면서 한화 선발진의 동반 상승을 위해 애쓰고 있다.

대전|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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