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함덕주(위)와 SK 하재훈. 이석우 기자

 

SK가 염경엽 감독 체제로 새로이 시즌을 시작한 가운데서도 두산과 나란히 1·2위를 다투고 있다. 양 팀은 안정적인 5인 선발 로테이션을 마운드 운용의 근간으로 삼지만, 불펜 운용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며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 현재 두산과 SK는 팀 평균자책 1위(두산·3.06)와 3위(SK·3.71)를 기록 중이다. 불펜 평균자책은 두산이 2위(3.75), SK가 6위(4.62)로 조금 차이는 있으나 SK의 불펜의 위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 승리한 경기에서의 팀 불펜 평균자책만 보면 SK가 1.63으로 단연 1위다. 팀 세이브(21개)와 홀드(32개)도 SK가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그러나 불펜 기용 방식은 차이가 크다. 두산은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를 시즌 중 자주 선보이고 있다. 매 회가 시작될 때 투수를 교체하는 것이 불펜투수의 부하를 줄이는 ‘정석적인 교체’처럼 여겨지고 있으나 두산은 이에 얽매이지 않는다. 불펜 투수 등판시 승계주자수에서 두산은 롯데(176명)에 이어 140명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투수를 교체하는 때가 많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마무리 함덕주가 승계받은 주자는 26명에 달했다. 이형범과 함께 팀 내 공동 1위이자 리그 전체 1위다. 타선이 시즌을 치르는 동안 기복을 보이면서 타이트한 상황이 적잖이 늘어났고, 두산은 위기 상황에 좋은 투수를 투입해 빨리 위기를 끊어내는 방식으로 승리를 챙겨왔다. 그런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마무리 함덕주는 승계주자 26명 중 3명만 홈으로 불러들이는 뛰어난 성적을 냈다. 동점 및 역전주자가 누상에 있는 상황에서 세이브를 챙기는 ‘터프세이브’ 역시 5개로 2위 조상우(키움·3개)와 차이나는 1위다.

SK는 두산과 달리 불펜 투수들의 승계주자가 62명으로 가장 적다. 불펜의 투구 이닝은 179.1이닝으로 두산(163이닝)에 비해서 많았다. 그런데도 승계주자가 적은 것은 불펜 투수들을 대부분 이닝 시작과 동시에 바꾸거나 주자없는 상황에서 투입한다는 얘기다. SK에서 승계주자가 가장 많았던 선수는 이승진이었는데 11명으로 리그 전체에선 40위권 수준이다. 마무리 하재훈의 승계주자는 8명으로 팀 내 4위 수준이긴 하지만, 하재훈이 필승조로 뛰다가 시즌 도중 마무리로 보직이 바뀌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 하재훈은 마무리 전향 후 가장 ‘1이닝 마무리’ 답게 등판하고 있다. 하재훈은 지난달 26일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한 이후 13경기에서 정확히 1이닝씩만 던졌다. 팀 홀드 1위 서진용(10개)도 5월 출전한 11경기에서 한 번(1.1이닝)을 빼고 딱 1이닝씩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불펜 기용에는 뚜렷한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위기를 잘 막고 승리를 많이 챙긴다면 그 때의 불펜 기용은 좋은 방법이 되고,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나쁜 평가를 받는다. SK의 불펜 운용이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지만, 위기 상황에서의 경험을 쌓아가는 두산의 불펜이 SK보다 단기전에서 더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양 팀의 사뭇 다른 불펜 기용법은 결국 올 시즌과 향후 성적에 따라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