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부천·인천 서구 주민들, 해당 지역구 의원들에 ‘폭탄 항의’

도입 불분명한 대규모 사업, 표심얻기 선심 경쟁 여야에 ‘부메랑’

경기 김포·부천을 지나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가 지역 민원에서 정치권 쟁점으로 부상할 기미가 보이면서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21대 총선 당시 정치권이 공언했던 ‘서울 강남 직결’이 무산될 것으로 보이자 지역 주민들이 반발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표심을 얻기 위해 대규모 공약을 남발하는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2일 인천 서구 원당동에서는 경기 김포·인천 검단신도시 시민들이 주축이 된 ‘GTX-D 강남직결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촛불집회를 열고 GTX-D 서울 직결을 요구했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GTX-D가 김포와 부천만 연결한다는 구상을 내놓으면서 주민들의 반발 움직임이 한 달째 이어지는 중이다. 김포와 부천, 인천 서구 등 지역구 의원들은 항의 전화와 문자메시지 폭탄을 받고 있기도 하다.

불똥이 정치권으로 튄 것은 21대 총선 때 여야 할 것 없이 GTX-D 서울 직결 공약을 쏟아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은 당내 경선 과정부터 GTX-D 유치를 공약으로 냈는데, 전제는 ‘인천과 김포, 서울과 하남을 연결’하는 안이었다. 인천 서구 갑·을 후보들은 각각 청라국제도시와 검단신도시로 GTX-D를 끌어오겠다고 공약하며 ‘지역 갈등’ 구도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공약은 총선 때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표가 붙었다. GTX-A·B·C 노선과 달리 D 노선은 구체적인 구간은 물론 도입 시기도 불분명했다.

GTX-D가 강남을 통과하면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뿐 아니라 강남 집값을 배로 끌어올리는 문제가 있다는 점은 총선 때도 예상됐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정부의 결정이 필요한 사업을 두고 총선 기간 “서울시장도 공감한다”며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강조해왔다.

결국 정치권에서 불을 지펴놓고 그 후과를 되돌려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공약을 통해 국회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비상이 걸렸다. GTX-D는 교통 문제이자 부동산 문제인데, 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 전후로 ‘부동산정책 실패’ 프레임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당정의 수습책이 반발을 잠재우지 못하면 대선에서 정권심판론이 강화될 수도 있다.

당 일각에선 ‘일단 표만 얻고 보자’는 식의 대규모 개발 공약을 내세운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규모 사업을 공약으로 내는 게 선거 국면에서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가덕도 특별법 통과 이후 치른 부산시장 보선에서 보듯 공약이 승리를 담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