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완화·공급 확대 대립…당 지도부는 LTV 놓고 엇박
재산세 감면기준 완화안은 오늘 특위에서 확정할 듯
부동산정책의 궤도를 수정하겠다고 선언한 더불어민주당이 내부에서부터 갈리고 있다. 부동산 민심 악화 원인에 대한 판단이 ‘공시가 9억원 이상 아파트를 보유한 이들의 조세저항인가’ ‘영끌할 여력도 없는 무주택자들의 박탈감인가’로 나뉘면서 해법을 놓고 ‘세금 완화’와 ‘공급 확대’가 맞부딪치는 양상이다.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90% 완화 방안을 놓고도 혼선이 빚어진다. 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최종안을 도출하기 전까지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국면에서 집값 인상폭이 컸던 서울·수도권에선 종합부동산세 논란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민주당 내 종부세 완화 반대 주장은 친문 핵심인 강병원 최고위원이 앞장서고 있다. 강 최고위원은 19일 MBC 라디오에서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지 못해서 우리가 졌고, 그러니 종부세 기준을 상향하자는 원인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이 늘어나야 ‘영끌’을 요구하는 매수 수요를 꺾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도 지난 18일 CBS 라디오에서 “집 없는 서민들,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채 종부세에 대한 논쟁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당대표와 김진표 부동산특별위 위원장 등 당내 ‘규제완화 라인’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집값이 오른 건 불로소득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등 정부도 종부세 완화 등의 흐름에는 부정적이다. 또 다른 보유세인 재산세에 대해 민주당은 20일 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감면기준을 완화하는 개편안을 확정할 방침이지만, 종부세는 사실상 ‘현행 유지’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반면 서울·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종부세 부과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완화론’이 지속되고 있다. 전날 부동산특위와 현안 회의를 연 서울 강남·송파·양천 등 여당 소속 구청장들은 “세금을 내리지 않으면 선거에서 진다”며 민심 이반을 우려했다. 서울 마포 지역구의 노웅래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내년에는 적어도 주택소유자의 5% 이상이 종부세를 내게 될 것이고, 이는 당초 1% 상류층 부과라는 취지와 거리가 있게 된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를 놓고도 혼란상이 이어지고 있다. 송 대표가 LTV 90% 완화를 전당대회 때부터 주장한 뒤 여러 의견이 표출되면서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전날 KBS 라디오에서 무주택자의 LTV 90% 완화 검토를 두고 “사실과 다르다”며 “송영길 대표의 ‘누구나 집 프로젝트’가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투톱’의 메시지가 엇박자 난 것이다.
LTV를 90%까지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도 나온다. 가계부채 총량이 급증하고,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전체 집값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규제 완화가 당장의 ‘급한 불’이 아니라는 관점도 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KBS 라디오에서 “무주택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 세금 완화는 앞뒤가 바뀐 것”이라면서 “(LTV) 90%로 완화하자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김상범·윤승민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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