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세스 후랭코프. 이석우 기자

한국 무대 2년차를 맞는 두산 세스 후랭코프(31)는 지난해 다승왕(18승)에 오른 데 비해 존재감이 약했다. 이닝 소화능력이 약하다는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후랭코프는 지난해 28경기에 나와 149.1이닝을 던졌다. 전체투수들 중 21위에 그쳤다. 헤드샷 사구(死球) 때문에 1회 한 타자만 상대하고 퇴장당한 경기(지난해 8월4일 광주 KIA전)를 빼도 경기당 투구이닝이 5.1이닝에 불과했다. 6이닝만 던지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고, 정규시즌 중 6이닝을 초과해 던진 경기는 2번 뿐이었다.

후랭코프는 올 시즌 첫 네차례 등판 중 3경기에서 5이닝만에 물러나며 불안을 안겼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잠실 SK전에서 6.2이닝(4실점)을 투구한 뒤 점차 투구이닝을 늘리고 있다. 지난 11일 창원 NC전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것을 포함해 올 시즌 6이닝 넘게 던진 경기가 벌써 4경기에 이른다. 지난 20일 현재 투구이닝 8위(59.2이닝)에 올랐고 경기당 투구이닝은 6이닝에 근접한다.

5월 등판한 세 경기에서는 단 한점도 허용하지 않으며 모두 승리를 따냈다. 4월말까지만 해도 4.43이었던 평균자책이 어느새 3.02까지 떨어졌다. 지난 17일 문학 SK전이 최근 상승세의 절정이었다. 6회를 마친 뒤 어깨에 불편함을 느껴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단 63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안타는 1개만 맞았고 사사구는 하나도 없었다. 어깨 이상만 없었다면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페이스로 투구했다.

어떤 점이 변화를 이끈걸까. 선발등판 후 만난 후랭코프는 “지난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스프링캠프 때 보완하려고 했다”며 “한국 타자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그만큼 더 완급조절을 하면서 투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선발 투수들 간의 팀워크가 조금씩 맞아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후랭코프에게 도움을 준다. 두산은 현재 조쉬 린드블럼-이영하가 맹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이용찬이 부상 회복 후에도 호투를 이어가고 있고, 유희관도 최근 등판에서 완투승을 거두는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후랭코프는 “각자 돌아가면서 안풀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후랭코프는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다. 오른쪽 어깨 건염 진단을 받고 20일부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다만 두산은 후랭코프가 금방 회복할 수 있으며 등록 제한이 풀리는 이달말 후랭코프가 다시 1군에 선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때도 좋아진 이닝 소화능력을 유지한다면 불펜이 조금 흔들리는 기미를 보이는 중에도 두산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

문학|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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