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논의하는 부동산 대책 중 ‘무주택자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90%까지 풀어주는 방안’을 놓고 당 안팎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메시지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면서 지도부 간 의견차를 보이는 듯한 상황까지 연출된 것이다. 민주당이 부동산 특별위원회를 꾸려 대책을 논의중인 상황에서 분명한 메시지를 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LTV를 90%까지 풀어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윤 원내대표는 “송영길 대표는 10년 정도 임대주택에 살다가 10년 후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주장하고 있다”며 “‘나머지 90%는 대출이냐’는 질문에 답을 하다가 LTV 이야기가 나왔다. 이는 ‘누구나집 프로젝트’가 와전돼 기사화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윤 원내대표의 발언이 ‘무주택자 LTV 완화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해석되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원내대표의 인터뷰 취지는 실소유주를 지원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만 (LTV) 수치는 확정된 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택자 LTV 90%’ 논의는 송영길 대표가 민주당 당대표 경선공약으로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를 9일 앞둔 지난 3월 29일 “주택 실수요자의 대출 요건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송 대표가 경선 초기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무주택자의 LTV 수준인 50~60%보다 높은 ‘90%’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거론한 것이다.
송 대표가 대표 취임 이후에도 LTV 규제 완화에 대한 실행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12일 부동산 특별위원회 회의 참석 후 기자들에게 “LTV 90% 완화에 대해 많은 분들이 ‘빚 내서 집사라는 소리냐, 집값 올리는 계기 되지 않겠냐’고 입장을 줬지만 그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장기 모기지 등을 이용해 집값의 90%까지 대출받는 효과가 날 수 있다는 대략적인 구상도 언급한 바 있다.
당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무주택 실수요자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으면서도 LTV를 90%까지 올리는 것이 적절한 대책이냐는 의문도 나온다. LTV가 90%까지 오르게 되면 대출이 가능한 금액은 집값의 90%에 이르게 되고, 그만큼 대출액이 늘어나 가계부채 총량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전체 집값이 올라갈 수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담보물 하나를 놓고 담보물 가격의 90%까지 빌려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송 대표가 LTV를 90%까지 올리는 수준의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봐야한다. 90%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송 대표는 지난 18일 오후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수요자에게 LTV를 90%까지 완화하자고 이야기했지만 정부와의 협의과정에서 조정이 될 것이다. 정부도 90%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정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강조하는 ‘누구나집 프로젝트’와 LTV 완화 메시지가 정리되지 않은 점도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송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LTV 완화와 함께 ‘집값의 10%만 내면 살 수 있는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내세웠다. 다만 누구나집 프로젝트가 LTV 완화를 기저에 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누구나집 프로젝트는 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최초 공급가격의 10%를 현금으로 내면 기본 8년·최대 10년까지 임대로 거주할 수 있게 해주고, 8년 후에 남은 잔금 90%를 치르면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일종의 ‘분양전환 임대주택’이다. 그러나 ‘누구나집 프로젝트의 잔금 90%’와 ‘LTV 90%’를 송 대표가 동시에 강조하면서 혼선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도 “(누구나집 프로젝트는) LTV와는 별도”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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