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경기에서 한 이닝에 허락된 아웃카운트는 세 개. 공격하는 팀은 세번 아웃을 당하기 전에 점수를 내야 한다. 한 경기 이닝은 9번 있지만, 아웃을 세 번 당하면 출루했던 주자들은 잔루로 남을 뿐이다. 그래서 투아웃이 되면 공격하는 팀과 타자는 심리적으로 쫓기게 되고, 과감히 타격하기도 어려워져 점수를 내기가 쉽지 않다.

SK 한동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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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 시즌 초반 SK 타선은 예외다. 투아웃일 때 더 높은 타율과 많은 점수를 기록했다. 언제 홈런과 집중타가 터질지 몰라 상대 마운드가 잠시도 방심할 수 없다.

지난 1일 현재 SK의 팀 타율은 2할9푼2리. LG(0.296)와 KIA(0.294)에 이어 3위다. 이 세 팀만 팀타율이 2할9푼이 넘는다. 돋보이는 것은 SK의 투아웃 이후 타율이다. SK는 투아웃 이후 3할2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팀 타율보다 1푼이 더 높다.

아웃카운트와 무관한 전체 상황에서의 팀 타율보다 투아웃 이후 팀타율이 높은 팀은 KT와 SK뿐이다. 그러나 KT는 투아웃 이후 팀 타율(0.289)이 전체 팀 타율(0.287)보다 겨우 2리 높은 수준이다. 다른 팀들은 투아웃일 때 타율이 대개 떨어진다. 팀 타율 1위 LG도 투아웃 이후 팀 타율은 2할4푼6리에 불과하다. 팀 타율 2위 KIA도 투아웃 이후에는 2할3푼2리까지 떨어진다. 

투아웃 이후 SK의 팀 득점은 83점에 달한다. 노아웃(59점)·1아웃(58점) 상황보다 투아웃 상황에서 득점이 압도적으로 많다. 투아웃 득점 순위 역시 10개 구단 중 1위. 2위 KT(73점)보다 10점이나 많다. 승부와 무관한 상황에서 나온 점수들만 많은 것도 아니다. 노수광의 지난달 7일 문학 삼성전 끝내기 홈런, 지난달 25일 문학 두산전 끝내기 기습번트는 모두 투아웃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 1일 대구 삼성전은 투아웃 이후에도 식지 않는 SK 타선의 화력이 그대로 드러났다. 3-0으로 SK가 앞선 가운데 맞은 2회초, 무사 1·2루를 만들었지만 최항·노수광이 범타로 아웃돼 2사 1·2루가 됐다. 선취점을 뺏기긴 했지만 삼성도 초반 3점 차라면 추격하기는 어렵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SK 한동민이 홈런을 쳐 주자를 모두 불어들이며 점수는 순식간에 6-0이 됐다. 

4회초에서도 SK의 2사 후 집중력이 빛났다. 1사 후 노수광이 우전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도루에 실패해 공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SK는 볼넷 2개와 안타 1개를 묶어 만루를 만든 뒤 정진기가 3루타, 김동엽이 2루타를 쳐 순식간에 4점을 빼냈다. 도루실패로 순식간에 투아웃에 주자 없는 상황이 돼 흐름이 삼성에 넘어갈 수 있었는데도 SK 타선은 대량득점에 성공했다. 이날 SK는 투아웃 이후에만 무려 10점을 뽑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