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서 느끼는 죄책감 때문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자 왔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교보타워 앞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추모제에서 만난 동국대 3학년생 원종윤씨(23)는 참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학교 총여학생회가 이날 추모제에 동참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추모제를 찾았다는 원씨는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과한 것 같지는 않은데, 남성으로서 대신 사과하고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하고픈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가에서 단체 카카오톡채팅방(단톡방)의 성희롱 등이 최근 이슈화된 걸 보면 사회에서 여성혐오가 문제라는 인식이 생겨났다”면서도 “여성뿐 아니라 그 어떤 사람도 혐오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공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지인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참석한 시민 수백명은 대부분 여성들이었다. 그들 사이로 수는 적지만 몇몇 남성들도 국화꽃을 들고 추모대열에 합류했다.
남성들 중에서도 유독 드물었던 40대인 김성수 목사(46)는 “사건을 기억하고 관심을 보이며 추모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게 강남역 사건 이후의 1년 간의 변화”라고 말했다. 자신이 속한 독서모임 회원들과 함께 추모제를 찾은 그는 “기성세대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여자는 이래야 해’ 식의 말이나 시선·편견들을 바꿔야 한다”며 “남성들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학교에서 온 고등학교 3학년 위승범군(18)도 “여성혐오는 옳지 않고 그르다고 분명히 가려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1년전 사건을 계기로 학교에서 여성혐오에 대해 공부하고 관심을 갖게 돼 추모제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위군은 성 차별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유리천장’ 으로 대표되는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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