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다시 포스트잇’
ㆍ광화문 등 전국서 추모 행사
ㆍ“사회의 인식 바뀌어야” 목청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에 17일 다시 포스트잇이 붙었다. 오후 8시쯤 300명의 시민들은 입에 마스크를 쓴 채 한 손에는 포스트잇, 다른 손에는 흰 국화를 든 채 침묵행진하며 10번 출구 앞에 섰다. 포스트잇에는 사건이 벌어졌던 1년 전처럼 ‘여성혐오 근절하라’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흰 국화를 그 아래에 놓고 강남역 사거리를 지난 후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었다. 두려워하지 않고 여성혐오와 성차별, 여성폭력을 용기 있게 밝히겠다는 의지였다.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1주기인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사건을 추모하는 크고 작은 행사가 열렸다. 페미니스트 단체들과 인권시민단체들은 오후 7시부터 사건 발생 장소 일대인 신논현역·강남역에서 추모 문화제와 침묵행진, 발언대회를 열었다. 추모를 뜻하는 검은색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행진 전 추모제가 열린 서초구 교보타워 입구 계단 앞을 메웠다.
이들은 “우리의 두려움이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며 “그럼에도 사회는 아직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이 여성혐오에서 발생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젊은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 김모씨는 “사건 전 여성차별과 혐오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이 없었다”며 “여성차별과 혐오를 해결하려면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신촌·홍익대 인근에서도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주최한 ‘5·17 강남역을 기억하는 하루행동’ 행사가 열렸다. 수십명의 참가자들은 성인 어깨너비보다 좀 더 큰 크기의 포스트잇 모양 펼침막을 들었다. 펼침막에는 추모를 뜻하는 검은색 리본과 함께 ‘여성에겐 모든 곳이 강남역이다’ 등 여성이 살기 더 나은 사회에 향한 요구가 담겼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실제 포스트잇에 ‘여성을 차별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등의 메시지를 썼다.
대학가에서도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와플(Y-FL) 주최로 열린 ‘여성혐오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에서 학생들은 여성혐오와 성차별, 성폭력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 밖에 부산·대구·울산 등 지방 주요 도시에서도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추모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은 여성폭력에 무감했던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며 “우리는 포스트잇으로, 잇단 추모 집회와 거리 발언으로 일상에서 드러내지 못했던 불편한 느낌들과 이해할 수 없던 차별과 폭력의 경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건 이후 여성들은 여러 페미니스트 그룹을 꾸렸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성차별과 여성폭력을 고발했다. 지난해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집회에서는 여성 및 소수자에 대한 혐오·폭력을 규탄하는 노력과 함께 “성차별 철폐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전국에서 벌어진 추모 행사들은 여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서도 아직은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했다.
참가자들은 “여성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은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와 문화에 있다”며 “전국 곳곳에서 여자라서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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