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이잖아요. 공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LG 류중일 감독은 최근 팀의 1번 타자로 자리잡은 이형종(29)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프링캠프 때 이야기를 꺼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1차 캠프를 치를 때 LG는 일본 프로야구 닛폰햄과 연습 경기를 했다. 그 때 닛폰햄 투수들이 한국 투수들보다 더 쉽게쉽게 빠른 공을 던지는데, 이형종은 그 공들을 또 금방 받아쳤다고 한다.
적극성은 타자에게 장점이 될 수 있는 덕목이다. 다만 이형종의 타순은 1번. 전통적으로 1번 타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공을 많이 보고, 즉 상대 투수에게 많은 공을 던지게 하고 출루하는 것’이다. 그날 경기의 선발 투수를 가장 먼저 상대하는 1번 타자에게는 적극성보다 신중함·집요함이 필요하다고들 해왔다.
류 감독은 “타자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투수를 공략하는 게 저는 좋다고 생각한다”며 “신중하게 승부하다보면 볼카운트가 몰려 타격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어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형종은 적극적인 타격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올 시즌 초구 타율이 5할8푼3리(12타수 7안타)로 전체 타자들 중 공동 5위에 해당한다. 5월 둘째주 타율은 5할7푼9리(19타수 11안타), 삼성 박한이와 함께 공동 1위였다. 안타가 워낙 많다보니 주간 출루율도 6할3푼6리에 달했다.
사실 이형종의 1번 기용은 류중일 감독이 시즌 전 구상했던 그림은 아니다. 1번 자리엔 개막부터 꾸준히 안익훈이 출장해왔다. 대신 류 감독은 1번 안익훈-2번 이형종의 테이블세터진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형종이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당해 구상이 헝클어졌다. 그리고 안익훈이 타격에서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해 2군에 내려간 사이, 이형종이 1군에 복귀해 예상에 없던 1번타자를 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 이형종의 모습은 최근 메이저리그 트렌드와도 맞닿아있다. 최근 몇년새 ‘강한 2번 타자’ 바람이 불었던 메이저리그에서는 올 시즌 ‘강한 1번 타자’들도 등장했다. 메이저리그 홈런 공동 1위(13개)인 보스턴의 무키 베츠와 공동 3위(12개) 프란시스코 린도어(클리블랜드), 오지 올비스(애틀랜타)는 올 시즌 1번 타순에 주로 출장중이다. 이형종은 올 시즌 홈런이 아직 1개뿐이지만 특유의 파워와 거침없는 주루 플레이로 만드는 장타력이 일품이다. 경기 수가 적긴 하지만 장타율도 5할1푼3리에 이른다. 이제 이형종은 8연패 후 부침을 보이는 LG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하는 책임감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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