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더스틴 니퍼트(왼쪽)와 라이언 피어밴드. kt wiz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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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각 구단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덕목 중 하나가 ‘적응력’이다. 그런면에서 이미 한국에서 뛴 경험이 있는 외국인 투수들에 대한 구단의 기대치는 작지 않다. 그런 와중에 5월들어 KBO리그 유경험자 외국인 투수 몇몇이 흔들리고 있다. 초반 부진하던 신입 외국인 투수들이 5월 회복세를 보인 것과 대조되며 구단과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KT의 사정이 가장 좋지 않다. KBO리그 7시즌 통산 94승의 더스틴 니퍼트와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1위 라이언 피어밴드 등 검증된 외국인 투수 둘로 원투펀치를 꾸렸다. 부상으로 니퍼트의 합류가 늦었지만 피어밴드는 제 몫을 하는 듯했다. 지난달 13일 패하긴 했지만 8이닝 3실점으로 시즌 첫 완투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과 지난 1일 연이어 4실점 경기를 하더니 급기야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3점 중반대였던 평균자책점도 4.50까지 올랐다. 니퍼트도 두산 시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5월 2경기에서 5이닝 6실점, 7이닝 6실점을 각각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은 6.31까지 치솟아 13일 현재 외국인 투수들 중 가장 높다. 한 때 3위까지 올랐던 KT는 두 투수의 부진·부상이 겹치는 동안 순위가 8위까지 떨어졌다.

SK는 앙헬 산체스라는 외국인 에이스를 얻었지만 지난 시즌까지 실질적 에이스 역할을 해 온 메릴 켈리가 페이스를 못 찾았다. 켈리는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나선 뒤 오른쪽 어깨 부종 진단을 받고 지난달 14일 다시 엔트리에 들었다. 4월 두 차례 무실점 경기를 하며 제 자리를 찾는 듯 싶더니, 5월 들어 5이닝 4실점, 6이닝 4실점을 각각 기록하며 평균자책점이 4.83으로 올랐다. 막강한 타선의 지원 속에 1승(1패)을 따냈지만 지난 시즌 탈삼진왕의 위용과는 거리가 있다.

넥센의 제이크 브리검도 에이스로 자리 잡은 에스밀 로저스와 비교돼 부진이 돋보인다. 지난달 13일 두산전에서 6이닝 2실점, 25일 LG전에서 6이닝 2실점(1자책)하고도 패전의 멍에를 쓰더니, 5월 들어서는 5.1이닝 4실점, 5이닝 6실점(5자책)으로 무너졌다. 3.52였던 평균자책점이 4.44까지 올라갔다. 시즌 초반 ‘에이스’의 모습과 거리가 있었지만 어느새 평균자책점을 2점대(2.98)까지 떨어뜨린 로저스와 정반대 행보중이다.

시즌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새 외국인 투수들이 5월 들어 안정을 찾은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 펠릭스 듀브론트는 이달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8(13이닝 2자책), 한화 제이슨 휠러는 2.19(12.1이닝 3자책)으로 호투했다. 삼성의 리살베르토 보니야도 5월 2경기 14.1이닝 6자책점(평균자책점 3.77)으로 본궤도에 오른 듯한 모습을 선보였다. 적응을 마친 투수들이 제 모습을 보여준 반면, 이미 적응을 마쳤던 투수들은 부진에 빠졌다.

구단과 팬들은 5월초의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길 바라고 있다. 팀 동료 듀브론트만큼이나 오랫동안 승리를 따내지 못했던 브룩스 레일리는 지난 10일 잠실 LG전에서 6.2이닝 2자책(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내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다른 KBO 유경험자들의 최근 부진이 도약을 위한 숨고르기였는지, 아니면 극심한 부진의 전주곡이었는지는 앞으로의 활약 여부를 보면서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