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 8기였다. 함께 고전하던 동료에 가려져 있었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더 길었다.
바뀌어야 했다. 외모부터 바꿨다. 앞선 한국 생활 3년 동안 보인 적 없었던 턱수염과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투구 패턴도 바꿨다. 직구-체인지업 위주의 피칭에서 커브 비율을 많이 늘렸다. 그리고 오랫동안 누리지 못했던 선발승의 감격을 맛봤다. 스스로에게도 간절했던 첫 승이었지만, 시즌 초반 꼴찌에 머물던 팀을 중위권까지 끌어올린 귀중한 1승이기도 했다.
롯데 외국인 좌완 선발 브룩스 레일리(30)가 시즌 여덟번째 선발 등판에서 첫 승을 따냈다. 레일리는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LG 원정 경기에 선발등판해 6.2이닝 3피안타 5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해 팀의 7-2 승리를 이끌고 승리투수가 됐다.
메이저리그 우승 경험자이자 팀의 1선발이던 펠릭스 듀브론트의 부진에 더 눈길이 갔지만, 그 뒤를 받쳐야 할 레일리 역시 5월이 되도록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7이닝 3실점(2자책)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지난 3일 사직 KIA전처럼,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이닝 이하 투구)를 하고도 승리를 못 따낸 적도 세 번 있었다. 듀브런트가 뒤늦게 첫 승을 신고한 뒤에도 레일리의 승리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날 경기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회를 제외하고는 매 이닝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이날 비중을 늘린 커브의 덕을 봤다. 112개의 투구수 중 직구가 46개, 커브는 38개에 달했다.
마지막 7회에는 1사 후 LG 2번 오지환에게 던진 커브가 2루타로 연결돼며 흔들렸다. 롯데가 3-2로 겨우 1점 앞선 가운데 동점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냈다. 하지만 3번 박용택에게 시속 120㎞ 커브와 140㎞ 직구를 연이어 던져 타이밍을 뺏어냈다. 그리고 바깥쪽으로 다시 122㎞ 커브를 던졌고, 박용택의 땅볼을 이끌어냈다. 박용택은 타이밍을 놓친 듯 엉덩이를 뒤로 뺀 채 방망이를 던지듯 휘둘렀고, 힘없는 땅볼이 돼 아웃카운트만 늘었다.
힘을 뺀 레일리가 다음 타자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3루가 됐다. 레일리는 마운드를 내려왔다. 롯데 팬들이 레일리를 연호하며 반겼지만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팀 동료들의 도움이 빛났다.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진명호가 LG의 5번 채은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급한 불을 껐다. 타선은 8회초 폭발했다. 1사 1·2루에서 롯데 4번 이대호가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쳐 5-2로 달아났다. 채태인의 중전 안타로 만든 이어진 1사 1·3루에선 김문호의 예상밖 스퀴즈번트가 나왔다. 다음타자 신본기의 적시 2루타가 나오며 7-2. 승부는 여기서 마무리됐다.
레일리는 “시즌 첫 승을 하기에 조금 부족하다고 인정하며 더 나아지기 위해 준비를 했다”며 “잠실구장의 이점을 이용해 공격적으로 투구했고, 수비수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며 시즌 첫 승 소감을 밝혔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레일리가 좋은 모습을 보였고 첫 승으로 부담감을 떨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LG와의 원정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무리하는 동시에 시즌 17승(20패)째를 거뒀다. 지난 3월말부터 28일 동안 꼴찌 자리에 머물며 시즌을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보름만에 비약적인 순위 상승을 이뤄 6위에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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