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브룩스 레일리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LG와의 경기에서 5회말 무사 만루 실점 위기를 1실점으로 잘 막고 환호하고 있다. 잠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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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 8기였다. 함께 고전하던 동료에 가려져 있었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더 길었다.

바뀌어야 했다. 외모부터 바꿨다. 앞선 한국 생활 3년 동안 보인 적 없었던 턱수염과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투구 패턴도 바꿨다. 직구-체인지업 위주의 피칭에서 커브 비율을 많이 늘렸다. 그리고 오랫동안 누리지 못했던 선발승의 감격을 맛봤다. 스스로에게도 간절했던 첫 승이었지만, 시즌 초반 꼴찌에 머물던 팀을 중위권까지 끌어올린 귀중한 1승이기도 했다.

롯데 외국인 좌완 선발 브룩스 레일리(30)가 시즌 여덟번째 선발 등판에서 첫 승을 따냈다. 레일리는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LG 원정 경기에 선발등판해 6.2이닝 3피안타 5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해 팀의 7-2 승리를 이끌고 승리투수가 됐다.

메이저리그 우승 경험자이자 팀의 1선발이던 펠릭스 듀브론트의 부진에 더 눈길이 갔지만, 그 뒤를 받쳐야 할 레일리 역시 5월이 되도록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7이닝 3실점(2자책)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지난 3일 사직 KIA전처럼,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이닝 이하 투구)를 하고도 승리를 못 따낸 적도 세 번 있었다. 듀브런트가 뒤늦게 첫 승을 신고한 뒤에도 레일리의 승리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날 경기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회를 제외하고는 매 이닝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이날 비중을 늘린 커브의 덕을 봤다. 112개의 투구수 중 직구가 46개, 커브는 38개에 달했다.

마지막 7회에는 1사 후 LG 2번 오지환에게 던진 커브가 2루타로 연결돼며 흔들렸다. 롯데가 3-2로 겨우 1점 앞선 가운데 동점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냈다. 하지만 3번 박용택에게 시속 120㎞ 커브와 140㎞ 직구를 연이어 던져 타이밍을 뺏어냈다. 그리고 바깥쪽으로 다시 122㎞ 커브를 던졌고, 박용택의 땅볼을 이끌어냈다. 박용택은 타이밍을 놓친 듯 엉덩이를 뒤로 뺀 채 방망이를 던지듯 휘둘렀고, 힘없는 땅볼이 돼 아웃카운트만 늘었다.

힘을 뺀 레일리가 다음 타자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3루가 됐다. 레일리는 마운드를 내려왔다. 롯데 팬들이 레일리를 연호하며 반겼지만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팀 동료들의 도움이 빛났다.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진명호가 LG의 5번 채은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급한 불을 껐다. 타선은 8회초 폭발했다. 1사 1·2루에서 롯데 4번 이대호가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쳐 5-2로 달아났다. 채태인의 중전 안타로 만든 이어진 1사 1·3루에선 김문호의 예상밖 스퀴즈번트가 나왔다. 다음타자 신본기의 적시 2루타가 나오며 7-2. 승부는 여기서 마무리됐다.

레일리는 “시즌 첫 승을 하기에 조금 부족하다고 인정하며 더 나아지기 위해 준비를 했다”며 “잠실구장의 이점을 이용해 공격적으로 투구했고, 수비수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며 시즌 첫 승 소감을 밝혔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레일리가 좋은 모습을 보였고 첫 승으로 부담감을 떨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LG와의 원정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무리하는 동시에 시즌 17승(20패)째를 거뒀다. 지난 3월말부터 28일 동안 꼴찌 자리에 머물며 시즌을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보름만에 비약적인 순위 상승을 이뤄 6위에 안착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