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0일]지하철에 그래피티 후 출국한 호주인, 3주 만에 다시 한국에서 붙잡은 사연

호주인 ㄱ씨가 지난 1일 새벽 지하철 전동차에 그린 그래피티. 서울 수서경찰서 제공

여자친구와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이른 새벽 서울지하철 전동차에 대형 그래피티를 그리고 일본으로 출국한 호주인이 3주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달 초 새벽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인근 서울지하철 3호선 차량사업소의 철조망을 절단해 페인트 스프레이로 전동차 우측면에 그림을 그린 혐의(재물손괴)로 호주인 ㄱ씨(22)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ㄱ씨의 낙서는 장소를 가리지 않은 낙서인 그래피티로 통한다. 경찰은 “경기장, 전동차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리는 그림이라 큰 도시문제이기도 하고,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갱단의 영역표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ㄱ씨는 한국을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따라 지난달 27일 여행 차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서울 홍대 예술의 거리에서 공연을 보다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수서역 인근 차량사업소가 그래피티하기 좋은 장소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ㄱ씨는 그길로 페인트 스프레이를 사러 가고 렌터카도 빌렸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숙소에서 잠든 틈을 타 차를 몰고 강남구로 향했다.

ㄱ씨는 오전 3시쯤 폐쇄회로(CC)TV와 방범초소가 없는 곳을 고른 뒤 철조망을 잘라 차량사업소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하늘색·연두색 스프레이를 전동차 오늘쪽 측면에 뿌린 뒤, 흰색 스프레이로 ‘TONGA!!!’라는 글을 쓰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ㄱ씨는 다음날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경찰의 손에서 빠져나오는 듯 했다. 그러나 경찰은 주변 CCTV를 통해 ㄱ씨가 빌린 렌터카를 발견했고, 그의 행적을 쫓은 끝에 그가 호주로 돌아가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을 다시 경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ㄱ씨를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붙잡았으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ㄱ씨는 경찰에 스릴을 느끼기 위해 그래피티를 했으며, 그림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해당 차량사업소에는 심야시간대 취약구역에 초소를 설치하는 등 시설방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