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 애들에게 좋은 아빠가 돼주고 싶다. 당신도 우리 애들에게 좋은 엄마가 돼주라.” “내가 널 낳지 않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야, 사랑해.”
이런 말들을 하며 초등학교 동창생과 자녀에게 재혼할 것처럼 접근한 뒤 “사업상 문제로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며 상대방이 자신에게 1억원 가까운 돈을 쓰도록 한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단독 원용일 판사는 초등학교 동창 유모씨(여)와 그의 딸에게 재혼할 것처럼 속인 뒤 돈을 빌리고 신용카드를 사용하도록 한 혐의(사기)로 기소된 박모씨(52)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박씨는 2012년 6월 동창모임에서 우연히 유씨를 만난 뒤 그해 8월부터 교제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유씨에게 “처음 본 순간 결혼을 생각했다”며 매일 유씨를 찾았고, 유씨가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딸에게도 “딸은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야”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박씨는 유씨 모자와 여행을 가는 한편, 유씨 모자를 자신의 부모에게 ‘재혼할 사람’이라며 소개하기도 했다.
박씨는 유씨에게 “현재 중동지역 등 외국에서 보안시스템 구축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전 부인과 이혼하며 위자료 10억원을 내 당장 현금이 없지만 사업상 들어올 돈이 상당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는 1억4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고, 체납한 세금액수도 26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유씨는 박씨의 말을 믿었다. 박씨는 유씨에게 “사우디에서 다른 회사와 연계해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금이 한 달 후에 들어온다”며 “그 전에 사업자금을 외국에 송금해야한다. 한 달 뒤에 갚을테니 돈을 빌려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씨는 박씨가 지정한 계좌로 2012년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8회에 걸쳐 총 7816만원을 보냈다. 또 박씨가 “사업상 문제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어 네(유씨) 명의의 신용카드를 빌려주면 대금은 내가 결제하겠다”고 하자 유씨는 3장의 신용카드를 빌려줬다. 박씨는 이 카드로 총 1482만원을 결제했다.
박씨는 유씨의 명의로도 핸드폰을 개통했다. 사용대금을 본인이 내겠다고 했지만 실제 76만원에 이르는 사용료를 내지 않았다. 유씨의 딸에게 줄 선물이라며 중고차 계약금을 유씨가 내도록 했다. 박씨는 2013년 1월 유씨의 딸에게 중고차를 선물해주겠다며 유씨에게 계약금을 준비하도록 한 뒤 “내가 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일이 있다. 나중에 계약금과 자동차 할부대금을 갚겠다”며 그 자리에서 현금 600만원을 가져갔다.
이렇게 박씨가 유씨로부터 받아간 돈은 9974만원에 이르렀다. 원 판사는 “피고인은 인적 신뢰관계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금원을 편취했으며 그 금액이 1억원에 이르고 심각한 피해가 야기됐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시인하며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가 합의해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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