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를 달리는 두산의 마운드는 크게 ‘베테랑 선발진’과 ‘영건 불펜진’으로 나뉜다. 외국인 2명을 비롯한 선발진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버티고, 어깨가 싱싱한 불펜들이 접전을 버텨내 승리를 따낸다.
그 틈이 생겼을 때도 잘 메워냈다. 마무리 김강률이 부진해 2군에 내려가자 함덕주가 마무리 공백을 잊게 했다. 남은 마지막 틈은 옆구리 부상으로 빠진 선발 이용찬의 자리였다. 그러나 필승조의 한 축을 맡은 스물한살 ‘영건’ 이영하가 그 빈 자리마저 완벽히 채웠다.
이영하는 29일 마산야구장에서 벌어진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 원정경기에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막아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1m92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에 육박하는 힘있는 직구를 과감하게 꽂았다. 1회초부터 NC 중심타선을 상대로 연속 삼진을 잡았다. 3번 오영수에게는 바깥쪽 낮은 147㎞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고, 4번 나성범은 이영하의 몸쪽 낮은 148㎞ 직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필승조로 나서 상대타자를 제압하던 주무기가 선발로도 통했다.
타선은 일찌감치 득점을 지원하며 이영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지난해 마산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개 홈런을 몰아쳤던 오재일은 이날 2회초 무사 1루에서 우월 선제 2점 홈런을 쏘았다. 두산은 이어진 2사에서 9번 김인태·1번 최주환의 연속 안타로 한 점을 더 뽑았고, 5회에는 다시 김인태의 안타에 이은 최주환의 2점 홈런으로 점수를 5-0까지 벌렸다.
무사사구 피칭으로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지난 24일 문학 SK전에 선발로 나선 이영하는 3.2이닝 동안 볼넷을 4개와 함께 3점을 내주고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영하도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피칭”이었다고 했다. 불펜에서도 잘 내주지 않던 볼넷이 여러차례 나온 탓이었다. 그러나 NC를 상대로는 사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덕분에 큰 위기 없이 경기를 이끌어갔다. 두산은 7회초와 9회초 1점씩을 더 뽑아 7회말 최준석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만회한 NC를 7-1로 꺾고 선두자리를 지켰다.
이영하는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수비하는 형들을 믿고 던졌다”며 “잘 맞은 타구를 모두 (야수들이) 잡아주면서 운좋게 승리투수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용찬 형이 돌아올 때까지 빈자리를 잘 메우고 싶다”고 했다. 아직 경험은 부족하지만,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영하는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투수들의 호투는 두산의 선두 질주를 지탱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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